■ "쇄신 불가" 여론 비등
정당 지지도 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에 4.2%P 열세
대구 민심 "보수 궤멸 위기에도 TK 의원이 쇄신을 외면"
안철수도 "비대위가 인적쇄신 거부해 혁신위원장 사퇴"
보수 진영 대변할 새 정치세력 나와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7일 혁신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돌연 혁신위를 거부하고 당대표 도전을 선언하면서 국민의힘이 새 국면을 맞았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면서 "저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 국민의힘 혁신 당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일 "사망 직전 코마(Coma·의식불명)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낼 것"이라면서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후 닷새 만에 태도를 돌변한 데 대해 안 의원은 "저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비대위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중심의 혁신위 구성과 인적 청산을 주장하는 안 의원과 송언석 비대위가 충돌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이와 관련하여 "(혁신의)핵심은 인적 쇄신"이라면서 "지난 주말(송 비대위원장과 만나) 2명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여러 번 제안했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면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며 "제가 혁신에 실패한다면 우리 당에는 더 큰 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명에 대해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지난 대선 기간 동안에 일종의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말해 ‘쌍권’으로 불리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언급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들 두 사람은 당내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적 쇄신의 표적이 되어 있다. 안 의원이 인적 쇄신 대상으로 두 사람을 지목한 것도 그래서였는데 송언석 비대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애초에 안 의원 체제의 혁신위가 국민의힘을 변화시킬 거라는 데 여론은 회의적이었다. 혁신에 대한 기대보다 ‘무늬만 혁신’으로 당내 주류 세력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혁신위 좌초로 송언석 비대위가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이날 여러 방송 채널에서 이른바 ‘언더(under) 찐윤’이 국민의힘 혁신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조직화한 것은 아니지만 수면 아래서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20~30명쯤의 세력이 있으며,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지는 않으나 이들이 송 원내대표를 밀었고, 송언석 비대위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당을 쇄신하려면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에 주로 포진하고 있는 이들 ‘찐 기득권 세력’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탄식이 나온다.
대구 토박이인 한 시민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구·경북 의원들에 대해 "그들은 중세 유럽의 영주"라며 "그들의 성채가 워낙 높고 견고해서 좀처럼 공략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해도 그들 ‘영주’들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에 위기의식도 절박함도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수가 궤멸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그들이 쇄신을 거부하고 있어 대구·경북에서도 그들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7일 공개되었는데,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3.8%로 28.8%에 그친 국민의힘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눈에 띄는 건 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40.7%)이 국민의힘(36.5%)을 상당한 차이로 앞섰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이자 보수진영에서는 "보수를 담을 새 그릇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고쳐서 쓸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와 있어 쇄신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보수 진영을 대변할 새로운 정당과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