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

경영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의 재의 요구로 상법 개정안이 폐기된 이후 정권 교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더 센’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데 이어 ‘더 센’ 노란봉투법을 발의해 놓고 있어서다.

6일 한 경제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계속 사업장을 유지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소리가 경영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기업의 우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법 개정안이 민주당 단독이 아니라 여야 합의로 처리되는 모습을 지켜본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사실상 체념 상태라고 전했다.

무기력한 야당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압도적 다수의 여당이 밀어붙이는 데 대처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자포자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이제 여당인 만큼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 노동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경영계의 우려를 반영해 주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하기 어렵고, 국민의힘이 적극 나서서 저지해 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경영계는 어쩔 수 없이 그저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별칭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말한다. 노조법 제2조 개정안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3조는 정당한 쟁의 시 손해배상·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정당한’의 뜻은 법이 보장한다는 것인데, 직접적인 고용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 ‘정당한’이라는 단서는 그간 불법으로 규정되었던 파업을 합법으로 바꿔주는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게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더 세졌다고 하는 건 민주당 이용우 의원 등 범여권 의원이 공동 발의한 새 개정안이 이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보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나 사용자 정의 등을 크게 확대한 조항을 새롭게 담고 있어서다.

새 개정안은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도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부분은 이전 노란봉투법에는 없던 내용으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해고자 등도 노조를 조직해 개별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이나 프랜차이즈 기업이 생겨나기 어려워질 것은 물론 기존 업체도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도 이전 개정안은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고 규정했는데, 새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명칭에 관계없이 원사업주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업주에게 맡기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경우’에도 사용자에 포함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이로 인하여 협력업체가 많은 대기업이 1년 내내 협력업체 노조들과의 단체교섭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1~3차 협력업체만 수천 곳에 달해 노무 관련 부서의 규모를 키워 대처하면서도 최고 경영진까지 협상에 발목을 잡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의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대차와 같이 협력업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런 기업일수록 곤경에 처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노동쟁의에 나설 수 있는 요건도 이전 개정안의 ‘근로조건’에서 ‘사업재편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노동조건과 근로자 지위’로 확대했다. 조직개편·아웃소싱·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영상 해고에 대해서도 쟁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조의 동의 없이는 사업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지고 인수합병에서도 고용 승계 등 노조의 요구가 합법적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 여파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 미국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가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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