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의 대외 개입 의지 보고 전쟁 주저할 것"

시드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 /연합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해 군사력을 과시한 게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1일(현지시간) 진행된 CSIS 웨비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폭격을 통해 (자기가) 국제적으로 개입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이란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기로 한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가) 무력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대외 개입 의지와 군사력 과시가 북한의 차후 전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무력 도발을 자제하도록 억제하는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보여준 압도적인 군사력 때문에 북한이 당장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전쟁을 주저하게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일러 고문은 "B-2 폭격기들이 장거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벙커버스터 14발을 떨어뜨린 것은 미국의 역량을 보여준다"면서 "그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북한이 전쟁을 계획하는 것은 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북한 담당 국가정보관을 지낸 사일러 고문은 미국 최고의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14~2015년 6자회담 당시 미국 특사로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외교 및 정책을 조정하고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주한미군(USFK) 수석 분석가이자 북한 담당 수석 국방정보 전문가로 재직했고 한국에 17년을 머무는 등 40년 이상 한반도 이슈와 관련해 전문성을 쌓았다.

한편 이날 웨비나에서 사일러 고문과의 대담에 참석한 대니얼 셔피로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위원은 북한의 핵 개발 사례가 이란의 핵 개발 시도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와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셔피로 위원은 "이란은 북한과 리비아의 핵 개발 역사를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성숙 단계까지 진전시킨 핵 프로그램이 북한 정권을 보호할 수 있는 억제력을 제공한 반면 리비아는 협상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폐기했고 그 결정은 카다피(리비아의 독재자) 정권이 위협받았을 때 보호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강렬한 교훈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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