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 카운실블러프스 상공에서 본 구글 데이터 센터 사우스랜드 전경. /연합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 카운실블러프스 상공에서 본 구글 데이터 센터 사우스랜드 전경. /연합

인공지능(AI)이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만들고 있다. 각국이 AI산업에 뛰어들면서 최첨단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를 가진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나뉘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디지털 격차는 국제 정치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 간 새로운 의존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 센터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에 절반 이상이 있다. AI 데이터 센터는 AI서비스와 기술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기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다. AI에 특화된 대규모 컴퓨팅 시설이 있는 국가는 32개국(약 16%)으로, 이른바 ‘컴퓨트 파워’(compute power)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 시설이 없는 나라가 150개국을 넘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6개, 중국 22개의 AI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EU는 28개로, 다른 유럽(8개)까지 합치면 36개에 이른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도 인도 5개, 일본 4개를 포함해 25개의 AI 데이터 센터를 보유 중이다. 한국도 지난 20일 울산에 국내 최대규모의 AI 데이터 센터 출범식을 하면서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데이터 센터에는 총 7조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9년까지 103 메가와트(MW)로 건설된다. 또 전라남도 지역에 세계 최대 3기가와트(GW)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 센터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46조원이 투자되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 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대부분의 글로벌 데이터 센터는 100~500MW 수준으로, 1GW 이상의 전력을 확보한 곳은 극히 드물다.

미국과 중국은 또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은 전 세계 총량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AI 컴퓨팅 허브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와 남미에 AI 컴퓨팅 허브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국가간 불균형은 AI 데이터 센터가 전력 소모도 크고 건설에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핵심 기술인 엔비디아 칩은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전력이나 냉각, 숙련 인력 등 막대한 인프라도 요구된다. NYT는 "미국, 중국 등 기술 강대국은 AI 시스템을 이용해 데이터 분석에서부터 자동화, 신약과 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컴퓨팅 파워가 없는 국가는 과학 연구는 물론 스타트업 성장과 인재 유지에도 제한받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대 빌리 레돈비르타 교수는 "AI 시대의 석유는 컴퓨팅 능력"이라며 "이 자원을 가진 국가가 미래의 패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AI 컴퓨팅 파워의 불균등한 분배는 또 전 세계를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와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로 나누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각각 63개와 19개의 AI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으며, 이들 국가의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기업과 기관이 AI 작업에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의 90%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유럽에서조차 미국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대부분 통제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등 많은 국가가 AI 권력의 집중을 우려해 격차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EU는 지난 2월 27개 회원국 전역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포함한 AI 프로젝트에 20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고, 인도와 브라질, 아프리카 국가연합 등도 ‘주권 AI’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데이터 센터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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