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미국이야기] ⑫ 좌파와 맞선 헝가리 오르반 총리
‘폭군’ ‘독재자’ ‘인종차별주의자’ ‘외국인 공포증환자’. 한 나라 정상에게 이보다 더 심한 욕이 가능할까? 이런 인물이 미국 좌파에 충격을 주었다. 유럽 좌파의 억장을 무너트렸다. 허나 보수에게는 희망을 주었다.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다.
오르반은 3일 총선에서 당당하게 보수를 내걸고 압승했다. 그는 "국내 좌파, 세계 좌파, EU 관리들, 부호 조지 소로스 제국, 세계 좌파언론들이 적"이라 선언했다. 총리 12년 동안 이들의 줄기찬 공격을 받았기 때문. 그가 이끄는 ‘피데스’는 6개 야당연합을 53.7% 대 36.4%, 17%차로 눌렀다. 의석수는 135 대 56으로 2/3를 차지했다. 다른 보수정당도 6% 7석. 우파 지지가 60%를 넘었다. 한국의 보수정당은 대선 때 ‘좌파’의 ‘좌’도 안 꺼냈다. 그렇게 겁내고도 겨우 0.7% 이겼다. 헝가리 보수의 완벽승리가 세계 좌·우 진영의 희비를 크게 엇갈리게 한 것이다.
오르반은 무늬만 우파·가짜 우파에게 이겼다. 야당의 맞상대는 "여당 지지자였으나 실망했다"며 자신을 중도라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단호하게 그를 거부했다. 그가 헝가리 사회주의자들과 EU 관료집단 등 세계 좌파들의 꼭두각시임을 간파했다.
이는 헝가리만의 승리가 아니다. 프랑스 4월 총선, 미국 11월 중간선거·24년 대선을 앞둔 보수를 위해 중요하다. 오르반의 기세가 마린 르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울 수 있기 때문. 세계 좌파들은 불안·초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르반은 16년 미국 대선 때 유럽 정상들 중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이념·정책방향은 비슷하다. 그래서 세계 좌파들의 공적 1 순위다.
헝가리는 1945-89년 44년간 공산주의 국가였다. 오르반 역시 공산주의자. 그는 14세 때 공산주의 청년조직의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나약하고 순진한 공산정권 지지자였으나 군복무 중 이념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수학한 변호사. 27세 의원. 1998년 35세 첫 총리. 2010년 두 번째에 이어 다섯 번 째 총리다. 10년, 14년, 18년 선거 때마다 의석 2/3를 얻었다. 그야말로 ‘산사태 승리’를 이어가며 장기집권하고 있다.
오르반은 2010년부터 보수 이념·가치 실현을 위한 험한 길에 본격 나섰다. 미국 민주당 등의 ‘글로벌리즘’과 대척점에 섰다. 마르크스주의에 바탕 둔 글로벌리즘은 국경·인종·종교·문화 등의 경계가 없는 ‘하나의 세계정부’가 목표. UN, IMF, WTO, EU, 다보스 포럼 등 세계 정치·경제를 주름잡는 국제기구·조직들이 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는 유럽을 지배하는 글로벌리즘을 반대하며 철저한 보수정책을 밀고 나갔다. 헝가리 주권·정체성을 지키는 내셔널리즘, 불법이민 반대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가 아니다. 다음 편에 상세한 설명), 친 가족·전통문화, 기독교 민주주의, 자유경쟁 경제 등.
오르반 노선에 미국·EU 좌파들은 분노했다. 오르반은 이들의 무차별 공세에 양보나 타협을 안했다. 국제기구들의 일방결정이나 강권정책에 무릎 꿇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산주의에 짙게 물든 나라를 통째로 바꾸고 경제를 일으켰다. 그는 19년 "헝가리 경제는 더 이상 EU 지원이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21년 경제성장율 7.1%, 실업률 3%. 좌우를 아울러야 제대로 된 나라라는 한국의 얼치기 보수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15년 유럽을 휩쓴 이슬람 난민 사태 때 좌파 공격은 절정을 이뤘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은 국경을 열고 난민을 수용했다. ‘세계 일국체제’를 꿈꾸는 EU 등에게 절호의 기회. 헝가리 태생 유대인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에 반정부 단체를 만들고 돈을 댔다. 그는 자신의 ‘열린사회재단’ 등을 통해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좌파인물·언론·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르반을 끌어내리기 위한 운동을 임기 내내 펼쳤다.
그러나 오르반은 장벽을 세워 막았다. 헝가리 정체성을 지키며 무슬림 난민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였다. ‘보수 포퓰리스트’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었다. 그는 "다른 문화로부터 대거 이민은 우리의 생활방식·문화·관습과 기독교 전통을 위험에 빠트린다. 우리가 원치 않는 삶을 왜 남들이 강요하는가?"고 물었다. 또 "우리는 무슬림들과 150년 동안 함께 산 경험이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16-17세기 오토만 제국의 헝가리 지배를 언급했다. 당시 무슬림들의 테러와 기독교인 박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배를 타고 서해안으로 마구 몰려오면 한국은? 트럼프도 멕시코 국경으로 물밀 듯 밀려오는 남미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웠다. 트럼프와 오르반의 포퓰리즘 정책은 중산층·근로계층을 위해서다. 그들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것. 세계 언론들은 무자비하게 두 사람을 몰아쳤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오르반을 "해결해야 할 문제인물"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가상 정상회담에 110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오르반은 뺐다. 글로벌리즘을 위해 불법이민을 마구 받아들이는 자신과 정반대이기 때문.
오르반은 가족해체를 노리는 좌파들과 달리 가족중심의 나라를 만들었다. 가족지원에 국민총생산의 5%나 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시험관 시술은 무료. 네 자녀 어머니들은 평생 소득세 면제. 지난 10년간 출산율 24% 증가. 결혼은 43% 늘었으나 낙태는 41% 줄었다.
좌파들이 문화예술과 대학 등을 지배했으나 오르반은 이념 균형을 바꾸었다. 정부는 전통예술을 집중 지원했다. 헝가리는 지금 문화의 르네상스. 공립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계속 받으며 보수가 우세한 곳으로 변했다. 특히 오르반은 소로스가 세운 극좌 ‘센트럴 유러피언 대학’을 17년 폐쇄했다. 미국에 어떤 연고도 없으면서 학생들에게 헝가리와 미국 학위를 동시에 주어 법 위반을 했다는 이유. 헝가리는 전 세계를 휩쓰는 마르크스주의의 ‘성 정체성 정치’를 막고 있다. 의회는 어린이들에게 혼란과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성소수자 관련 내용의 배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검열 횡포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보수·기독교 내용에 대한 검열을 막는 법을 만들었다. 트위트·페이스북·유투브 등이 코로나와 미국 대선 부정 등에 대한 보수 주장을 전 세계에서 차단하기 때문이다.
오르반은 1999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강한 반대에도 헝가리를 나토에 가입시켰다. 36세 총리는 그만큼 배짱이 두둑했다. 그러나 선거 중 그는 "헝가리를 지키는 것은 EU도 나토도 아니다. 헝가리다. 자기를 지킬 수 없는 국가는 존재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헝가리에 민주주의가 있느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 12년 동안 민주주의는 강화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평론가는 "오르반 대승은 미국 보수들을 북돋우는 강력한 전망이다. 공화당이 그를 배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헝가리 총리·국민들은 한국의 새 정부와 보수가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준다. 그래도 보수 덕에 출범하게 된 정부가 "좌도 우도 없는 세상"이라며 다른 방향으로 가려한다. 오르반이 이끄는 헝가리가 한국의 앞날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