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최초 美최대 아시아미술관장 선임
"문화권과 시대 관통하는 전시 방식 지향"
"예술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강력한 연결고리입니다. 문화권과 시대를 관통해 ‘연결’을 추구하는 전시 공간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소영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의 관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의 미술관 운영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안 아트 뮤지엄은 영구 소장품만 2만 여점에 이르는 미국 최대 규모의 아시안 박물관이다. 1960년대에 한 기업인이 기부한 소장품들을 전시한 형태로 시작해 2003년 단독 박물관으로 개관한 주요 명소 중 하나다. 이 관장은 지난 4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계 큐레이터가 미국 주요 박물관의 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소영 관장은 어린 시절부터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다니며 유목민 같은 삶을 살았다고 설명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영유아 시절을 보냈고 스웨덴, 영국 등 여러 지역에 머물면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 밖에서 보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여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체득했다. 스스로를 ‘문화 번역가’로 소개하는 이유다.
이 관장은 "한국 문화를 알려야 했던 (외교관) 아버지를 둔 한국인으로서 항상 한국 문화가 글로벌 맥락에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둬왔다"라며 "BTS를 비롯해 K-팝이나 K-드라마, K-푸드 등 ‘K’가 글로벌 대중 트렌드가 된 것은 내게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K-컬처가 단순히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세계 문화에 침투하면서 이 관장의 직업관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에서 미술학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 관장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5년간 재직하면서 ‘다이아몬드 산: 한국 미술의 여행과 노스탤지어’(2018년), ‘신라: 한국의 황금 왕국’(2013년), ‘리움 삼성미술관의 한국 분청사기’(2011년)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최초의 한국 미술 큐레이터로서 한국 미술의 중요성과 영향을 미국 문화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전시 롤모델로는 싱가포르의 아시아문명박물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관장은 "(아시아문명박물관은) 아시아 내 문화와 지역을 가로지르는 주제와 서사를 중심으로 전체 전시관을 구성했는데 이런 점을 지향하고 싶다"라며 "그동안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아시아 관련 전시가 국가별·시대별로 구분된 것과 달리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서사적 연결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