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이재명 정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시험대에 올린 건 아닐까? 혹시 한미 관계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한미 정상 간 통화 이후 곧바로 내용을 발표한 한국과 달리 미국 측이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6일 오전 9시(한국시간 6일 오후 10시) 약 20분간 통화했다. 통화 직후 한국 대통령실은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틀째까지 통화와 관련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대통령실 발표 직후 로이터 통신의 ‘두 정상이 조만간 만날 계획’이라는 기사가 나왔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상 간 통화 결과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직접 공개해왔다. 거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촉구, 중국과 고위급 무역협상 일정 등 10여 건의 게시글이 올라왔지만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한 것은 없다.

그러나 미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통화를 공개한 것은 아니기에 이 대통령과의 통화 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이례적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도 높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의 통화 결과는 바로 공개했지만 그 외에는 대체로 홍보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주로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4월 8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한 뒤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SNS를 통해 소개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부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로키’(low-key·조용한 대응) 내지 ‘관망’ 기류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통화가 이뤄진 시점(대선일로부터 3일 후)도 2000년대 이후 관례에 비춰 시간이 더 걸렸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한 백악관의 첫 입장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전과는 달랐다.

이런 상황에 대해 외교가 일각에서는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새 정부의 진용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관세 등 민감한 현안을 둘러싼 조속한 협상을 요구할 경우 정부로선 차분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트럼프 행정부가 보수에서 진보 성향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 등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기조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자리가 미국 측의 의도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는 한미동맹 발전 방향과 관세 협상에 대한 의견 등이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방미’ 초청을 했고, 이 대통령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관세와 관련해서는 양국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향후 골프 라운딩도 함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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