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무차별적인 한미 군사시설 도촬(盜撮)에 대해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권에서 비판하는 것을 두고 중국 공산당을 대리하는 주한중국대사관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국가안전법과 반간첩법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함부로 사진도 못 찍게 만든 중국 공산당의 행태를 두고 ‘방귀 낀 놈이 성 낸다’는 속담이 떠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는 28일 "주한중국대사관이 최근 한국 내 거주 중인 중국인들에게 공지를 하면서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의 과장된 보도와 선전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주한중국대사관은 공지를 통해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중국인이 드론이나 카메라를 사용해 민감 장소나 시설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 받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면서 "현지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허가 없이 군사제한 구역에 들어가거나 민감한 시설을 촬영하지 말라. ‘촬영 금지’ 경고 표지판에 주의하는 등 부주의로 인한 법적 위험을 피할 것을 재차 당부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현지 교민에 대한 일반적인 공지 수준이다. 하지만 주한중국대사관은 이어서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인을 비난하는 내용을 내놨다. 대사관 측은 우리나라 언론 보도와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초작(炒作)’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나라가 실제 사건을 조작해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는 뜻이다.
대사관 측은 "(군사제한 구역을 허가 없이 촬영하던 중국인들) 당사자들이 한국 사법기관 조사를 받고 있고, 심지어 개인의 자유도 제한받고 있다"며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사실과 다르게 사건을 과장되게 선전해 주목을 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에 대한 우려를 한국 당국에 표명했으며, 한국 측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당사자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대사관 측은 "대사관은 관련 언론 매체의 무책임한 보도에 대해 우려와 불만을 표한다"며 "언론이 전문의식 견지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일반적 사건을 정치적으로 과장하지 않으며,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치적인 추측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우리 당국이 중국인의 탈법행위를 조사하는 것에는 이처럼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정작 중국 공산당이 자국에 온 외국인에게 들이대는 반인권적 법률을 정당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간첩법이다.
중국 공산당은 2023년 7월부터 시행한 반간첩법을 통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중국 국가안보 관련 자료나 지도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저장하면 처벌한다. 또한 중국 인민해방군 시설과 주요 국가기관, 방산업체 등의 인접 지역에서 촬영하거나 시위 현장을 촬영해도 ‘간첩’으로 간주해 처벌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달리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외국인이 가진 기기나 장비를 빼앗을 수 있고, 체포영장 없이도 구금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하던 50대 한국인 남성이 별다른 증거 없이 반간첩법으로 체포돼 구금됐다. 이 남성은 국내에서 반도체 대기업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중국 공안 등은 사건 초기 이 남성이 가족들과 면회하는 것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과 주한중국대사관은 한중 간 이런 ‘비대칭’과 ‘비상호주의’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