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스위크가 공개한 한중잠정조치수역(PMZ) 내 중국 시설. 중국은 지난 3월 "연안 양식용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위크 의뢰로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석유시추시설과 흡사하며, 중국이 과거 동남아에서 ‘영해 알박기’를 할 때 설치한 시설과도 유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美 민간위성업체 스카이파이 제공
美 뉴스위크가 공개한 한중잠정조치수역(PMZ) 내 중국 시설. 중국은 지난 3월 "연안 양식용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위크 의뢰로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석유시추시설과 흡사하며, 중국이 과거 동남아에서 ‘영해 알박기’를 할 때 설치한 시설과도 유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美 민간위성업체 스카이파이 제공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철골 구조물이 양식용 시설이라던 중국 공산당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미 민간상업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석유시추시설과 같은 형태다.

뉴스위크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민간위성업체 ‘스카이파이’와 ‘플래닛랩스’의 현장 위성사진과 함께 "한중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킨 잠정조치수역(PMZ)의 장비가 거대한 굴착 장치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논란이 불거진 뒤 중국 관영 CCTV가 "노르웨이 연어 양식용과 유사한 스마트 연안 양식장"이라고 주장했던 게 거짓말이라는 분석이었다.

매체는 위성사진 분석을 스탠포드 대학 해양 분석 프로젝트팀 ‘시라이트’에 의뢰했다. ‘시라이트’ 책임자 레이 파월 박사는 "해당 시추선은 2022년 10월 이 지역에 도착했으며, 최소 2년 전에 보냈던 소형 시추선을 교체한 시설"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텍사스 오스틴 소재 위성업체 ‘스카이파이’가 촬영한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시라이트’가 분석한 데 따르면 중국이 설치한 시설은 길이 약 110미터, 폭 약 85미터로, 해저에 구조물을 고정하고 있는 3개의 다리가 보인다. 주변에는 여러 척의 구명정도 있다. 또 헬리콥터 착륙장, 중국 심해잠수정 격납 시설도 보인다. 중국 측의 주장처럼 양식장 시설이라면 헬리콥터 착륙장이나 심해잠수정 격납시설은 필요가 없다.

"지난해 서울에서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 이후 제거된 것으로 알려진 초기 시설과 달리 이번 시설은 안정화를 위해 해저로 내려갈 수 있는 3개의 긴 다리를 설치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매체는 국내 기성언론이 상세히 보도하지 않은, 지난 2월 26일 우리 측과 중국 측의 충돌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지난 2월 25일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이 중국이 설치한 시설을 조사하기 위해 해양탐사선 온누리호를 보냈다. 해양경찰은 ‘제민2호(KCG 1502)’를 호위함으로 붙였다.

우리 측 조사선이 시추시설에 접근하면서 중국 해안경비정 3척과 조우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중국 해안경비정은 우리 측 조사선의 뱃머리를 여러 차례 가로 막고 위협하는 행동을 취했다고 한다. 대치는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때 중국 측은 칼을 들고 사복을 입은 중국인을 태운 고속단정을 시추시설 주변에 배치하기도 했다.

‘시라이트’의 파월 박사는 "완벽하게 그럴듯한 민간인 신분으로 위장한, 전형적인 중공의 회색지대 공격"이라며 "중국 당국이 잠정조치수역에서 입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살라미 슬라이스’ 전략에 이 시추선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은 "그 시설에서는 양식업이 아니라 시긴트(SIGINT, 신호첩보) 작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시추시설이 아니라 중국 인민해방군 등의 첩보작전용 시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체는 "이 문제는 한중 양국 간 끊임없는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아산정책연구원 이동규 연구원의 지적을 전했다. 매체는 또 남유타대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관계자의 분석도 소개했다. 그는 "이건 중국이 한국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뒤 "중국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이런 행동을 민간의 경제적 활동이라고 주장하며, 주권 문제를 제기하면 과잉대응으로 일축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조사선과 해경을 보냈음에도 중국이 시설 공사 중단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이곳에 ‘알박기’를 하려는 전략작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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