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500년 전 멸종된 고대 생명체가 현대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다시 살아났다. 한때 북미 대륙을 지배했던 야수 ‘다이어울프(dire wolf)’가 그 주인공이다.
다이어울프는 미국 HBO 방송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스타크 가문의 상징으로도 등장한 ‘전설의 늑대’로, SF 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생물 복원이 실제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탈(脫) 멸종의 시대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생명공학 기반 멸종동물 복원 전문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는 한때 북미 대륙을 지배했던 대형 육식동물인 다이어울프의 복원에 성공, 3마리의 새끼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다이어울프는 회색늑대보다 몸집이 크고, 강한 이빨과 턱 덕분에 거대한 덩치의 매머드와 들소를 잡아먹던 강력한 포식자였지만 빙하기로 먹이가 멸종하면서 함께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복원팀을 이끈 콜로설의 최고과학책임자 베스 샤피로는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멸종된 동물이 다시 태어난 사례로, 생물다양성 보존과 멸종종 복원 연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공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 성과는 고대 DNA와 체세포 복제, 최첨단 유전자 편집 기술의 결합으로 현실화됐다.
먼저 콜로설은 오하이오주에서 발굴된 다이어울프의 이빨과 아이다호주에서 발견된 내이(內耳) 뼈에서 DNA를 추출해 정밀 시퀀싱을 수행했다. 또한 이 고대 게놈을 반복적으로 조립해 치아에서 3.4배, 내이뼈에선 12.8배의 커버리지 게놈을 생성, 다이어울프 전체 유전체의 커버리지를 기존의 500배 이상 향상시켰다.
분석 결과, 복원팀은 회색늑대가 다이어울프와 DNA의 99.5%를 공유하는 현존 가장 가까운 친척임을 확인했다. 이에 CORIN, HMGA2, MSRB3 등 회색늑대의 14개 유전자에서 다이어울프의 체격, 두개골, 털의 색과 길이, 무늬에 관여하는 총 20개 부위를 편집했다.
이 유전자를 활용한 복제에는 혈관 내피 전구세포(EPC)가 쓰였으며,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배아를 생성해 회색늑대 대리모에 이식했다. 콜로설에 따르면 이 기술은 기존 복제 기술보다 동물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면서도 고효율 복제가 가능하다.
3번의 시도 끝에 대리모는 수컷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 암컷 ‘칼리시(Khaleesi)’를 출산했다. 현재 생후 6개월인 수컷들은 로마 신화에서, 생후 2개월의 암컷은 ‘왕좌의 게임’ 주인공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들은 특수 설계된 야외 활동 구역과 감시 시스템을 갖춘 8㎢ 면적의 한 보안 생태 보호구역에서 보호를 받으며 성장 중이다.
과학계는 3마리의 다이어울프 탄생이 멸종된 육식동물을 생물학적으로 복원한 첫 사례이자 복원 기술의 실효성을 입증한 결정적 사례라는 점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멸종 동물이 박제나 화석이 아닌 살아 있는 개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전 생물학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다. 특히 콜로설은 이 기술이 향후 멸종 위기종 보존과 유전적 다양성 회복에 응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관련기술을 활용해 매머드, 도도새, 붉은여우,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같은 멸종동물 복원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것이 일종의 착시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이어울프 유전체 100%를 모르는 만큼 회색늑대의 일부 유전자를 편집한 것을 진짜 다이어울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넬대 유전학자 아담 보이코 박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어울프를 규정하는 유전자가 20개일 수도 있지만 2000개일 수도 있다면서 복원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3마리는 다이어울프 어미의 교육을 받을 수 없고, 무리에서 자라지도 못하며, 고대의 먹이를 섭취하지 않아 특유의 장내 미생물도 지니지 못한다"면서 "이 개체들은 기능적으로 흥미롭지만 진정한 다이어울프라 부를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설령 유전형질을 100% 복원했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생태계 교란 문제로 자연 방사가 불가해 생태적·행동적 맥락은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유전체 공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임에는 틀림없다. 콜로설은 이 개체들을 통해 고대 생물의 생리적 특성, 진화적 전략을 연구하고 장기적으로 야생 복귀 가능성도 타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