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사순절을 보내며 한국교회는 십자가 고난의 길을 걸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있다. 사순절은 단순히 고난을 기억하는 시간이 아니다. 주님의 십자가 사랑 앞에 우리 삶이 회복되고 변화되기를 바라는 깊은 영적 각성의 시간이다.
오는 20일 한국교회 부활절을 한주 앞둔 13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는 고난주간을 준비하며 우리 삶에서 작은 실천으로 예수의 고난과 사랑을 되새겨 보자. 고난에 관한 본문을 중심으로 한 말씀 묵상과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다시금 점검하게 한다.
특히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금식과 절제의 한 방편으로 음식을 줄이거나 단식, 육체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도 좋지만 SNS, TV, 쇼핑 등 일상의 습관적인 소비를 절제하며 하나님께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사)놀이미디어교육센터(이사장 권장희)는 ‘미디어 절제 캠페인’을 통해 성도들이 고난주간 동안 영적으로 집중하고 가정과 개인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하는 계기를 갖도록 제안했다.
인터넷, 스마트폰, SNS는 우리의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아기 육아부터 학습과 교육, 그리고 쇼핑과 여가, 비즈니스와 사회적 관계 형성, 심지어는 가족의 역할까지 미디어가 대체하고 있다. 미디어는 우리의 모든 불편한 것을 제거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만능키가 된 것이다. 그러나 편리함 대신 반드시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들이 제공하는 즐거움에 의존하고, 중독되면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이후 우리는 급격하게 수면시간이 부족해졌다. 수면시간뿐 아니라 수면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이에 더해 신경정신계 질환인 우울증, 조울증이 증가하는 둥 정신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또한 수면 부족이 기억력 감퇴, 면역력 감소 등 두뇌건강에 치명적인 해약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들이 증명하고 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는 고난주간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에서는 먼저 저녁 10시 이후 모든 미디어 기기를 끄고,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드는 캠페인을 권했다. 또한 스마트폰과 시간을 보내면서 신체활동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운동부족 학생 비율이 95%로 급증한 가운데 고난주간에 가정별로 한 날을 정해 미디어 금식을 하며, 가족이 함께 활동적인 시간을 보낼 것을 추천했다.
아동치유 전문가인 이광재 박사는 "우리 아이가 지금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면 두뇌는 손과 입과 발이 묶인 것과 동일한 상태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신체활동 놀이와 운동은 감각발달, 언어발달, 정서발달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의사소통, 타협, 양보, 협력, 존중과 배려의 사회성 또한 놀이와 운동을 통해 습득되는 성품"이라고 강조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는 이 밖에도 가족 모두가 모여 성경을 낭독하고 묵상한 것을 나누는 경건훈련의 시간도 제안했다. 실제적인 방안으로 미디어 절제력을 키우는 3가지 실천 지침도 제시했다.
먼저 미디어와 적당히 거리를 두는 가정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중독은 접근성에 비례한다. 매일 술을 마시면서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듯이 미디어 절제력의 출발은 가족 모두가 미디어와 적절한 거리두기이다.
TV를 잠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덮개를 만들어 화면을 가려 놓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은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기기가 아니라 외출할 때 사용하는 기기가 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가족 구성원 모두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손으로부터 분리시켜 보관한다. 자녀와 함께 스마트폰 보관 바구니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시간의 거리두기도 실천해 볼 수 있다. 가정에서 미디어 사용은 저녁 10시로 제한한다. 밤 10시가 되면 집에 있는 모든 영상기기가 꺼지게 한다. 볼 것이 없으면 아이들은 책을 보거나 부모님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 좋은 습관을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로 제시한 실천 지침은 지혜롭고 슬기로운 미디어 사용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이 법칙은 ‘이용하고 싶을 때, 이용하고 싶은 만큼’이 아니라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이다. 미디어를 욕망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중독이다. 더 세부적으로는 가족 미디어 사용 시간 계획표를 만들고, 미디어 사용 일지를 기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불어 매주 한 차례 가족회의를 통해 미디어 사용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있는지 함께 점검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가족의 유대감과 친밀감,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중독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절제하며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가족들이 가정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미디어 속의 재미보다 부모와 대화하고, 함께 놀이하는 시간이 더 즐겁도록 만드는 것만이 아이들을 미디어 정글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부모가 간섭하고, 참견함으로 미디어를 절제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결국은 스스로 조절하고 절제하며, 자신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미디어를 사용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 열쇠가 바로 부모와 자녀, 부부간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만드는 좋은 관계이다. 하루 일과에 지치고 쉬고 싶을 때 미디어를 찾아 의지하는 대신 가족을 찾아 그들의 필요에 반응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미디어 중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최고의 백신이다.
무엇보다 고난주간 동안 미디어를 내려놓는 훈련은 단순한 금욕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회개의 행위이며 믿음의 실천이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 SNS, 인터넷 등의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진정한 자유를 찾는 시간을 갖도록 돕기 위해 이 캠페인을 기획했다"면서 "미디어 절제를 통해 영적·신체적 건강을 회복하고 고난주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는 한국교회와 가정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십자가는 모든 죄악과 중독으로부터 자유케 하는 능력이다. 고난주간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미디어의 소음이 아닌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거룩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