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강병호

2025년 2월 20일, 홍콩의 대표적 민주 진영 정당인 홍콩 민주당이 중국의 압박과 탄압 속에서 자진 해산을 시작했다. 이로써 홍콩은 사실상 공산당의 완전한 통제 아래 놓이며, 중국의 일개 ‘지방 도시’로 전락했다.

그로부터 6년 전인 2019년,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강압적인 정책에 맞서 1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통과되면 홍콩 시민들이 중국 본토로 송환되어 강제 재판을 받을 위험이 커졌고, 이는 홍콩의 독립성을 완전히 붕괴시킬 위기였다.

시민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결국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의 민주주의는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 이후 빈과일보(빈果日報), 입장신문(立場新聞) 등 독립 언론이 폐간됐으며, 반중(反中) 인사들은 체포되거나 해외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공산당의 초한전(超限戰: unrestricted warfare)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없이, 마치 독사가 먹잇감의 신경을 마비시켜 삼키듯 교묘한 전략을 구사한다. 국가의 신경체계란 국민 여론이 형성되고 전달되는 통로, 즉 정치·언론·지식인·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을 포함한다. 중국은 외국 주요 인사를 뇌물과 협박으로 포섭하고, 거짓 정보를 유포하며, 총 한 방 쏘지 않고 상대를 무력하게 만든다. 홍콩에서 벌어진 일은 이 전략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약속하며 높은 수준의 자유와 자치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반환 후 몇 년 만에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중추신경체계를 마비시켰다. 언론의 독립은 무너졌고, 소리 소문 없이 친중 매체가 된 홍콩문회보(香港文匯報)와 홍콩대공보(香港大公報)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가 됐다. 이들은 반환 이후 지속해서 홍콩 시민들에게 중국 정책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여론 조성에 앞장섰다. 특히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주요 사건에서 친중국적 관점을 강화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계속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초한전의 양상을 보면, 홍콩에서 친중 매체들이 했던 역할을 한국에서는 꽤 알려진 메이저 언론사가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월 8일,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북카페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표와 외신기자들의 비공개 오찬 간담회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중국 관영매체로 사실상 첩보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신화통신과 인민망 기자들이 참석한 데다, 이 모임을 주선한 인물이 D일보의 현직 부국장이었다는 점이 크게 문제가 됐다. 신화통신과 인민망 기자들과의 만남은 단순한 외교 행보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들 매체는 초한전을 수행하는 핵심 기관으로, 여론 조작과 정보 확산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3·1절, 서울 도심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국민들의 의사표현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제는 대한민국의 중추신경, 즉 국가의 핵심 권력과 여론 조성 기능을 누가 장악하고 있느냐에 있다. 이미 우리법연구회 같은 특정 집단이 사법부의 법 해석과 판결을 독점하고, 정보기관은 외부 세력의 수족으로 전락했으며, 다수의 편향된 언론은 좌파 정치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을 지속하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법치와 민주주의는 외세 침탈이라는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선거 과정마저 기초적인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지금, 국민이 중국의 초한전과 같은 외세에 대한 경각심마저 잃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단언컨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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