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와 관련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고 발언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천대엽 처장은 2024년 1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했다. 그런데 그를 대법관에 추천한 사람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법원행정처는 2023년 3월과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서 간첩법 개정에 강력히 반대했다.
천대엽 처장은 12일 "재판부 입장처럼 이 부분(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천 처장은 "즉시항고 기간은 7일로, 금요일까지 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3건의 즉시항고 사건에서도 신병은 석방하고 즉시항고해서 판단을 받아본 선례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천 처장은 "(윤 대통령이) 지금 구속되어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즉시항고에 따라 상고심이 법적 판단을 하는 데 특별한 장애는 없다"며 "그 판단에 따라 신병을 어떻게 하는지 부분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처장의 발언은 "즉시항고를 하게 되면 위헌소지가 있다고 한다"는 김석우 법무장관 대행의 발언이 있은 직후에 나왔다. 이에 대검찰청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구속취소에 대한 불복 여부는 검찰 업무 범위에 속하고, 이에 대해 검찰총장이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고 끝에 준사법적 결정을 내린 이상 어떠한 외부 영향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즉시항고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장에게 한 번 이뤄진 (법원) 결정을 번복하도록 개입함으로써 사법체계를 뒤흔들 권한은 없다"며 "무엇보다 대법관이 중앙지법 합의부 판결을 부정하고 번복시키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3심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은 물론 검찰의 자율성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천 처장은 2024년 1월 조희대 대법원장에 의해 임명됐다. 조 대법원장의 첫 인사였다. 그런데 천 처장을 대법관으로 제청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었고, 임명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도 지냈다.
천 처장이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2021년 4월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의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하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특정 연구모임 가입을 이념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어떤 단체나 모임 출신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 편향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천 처장이 이끌고 있는 법원행정처 또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간첩법 개정을 최종적으로 방해한 것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이보다 앞서 논의됐던 간첩법 개정을 시작부터 무산시킨 곳은 법원행정처다.
2022년 말 4개 간첩단 사건과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이 불거진 뒤 여야 모두 간첩법 개정을 서두르기로 합의했다. 이에 2023년 3월과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서 간첩법 개정 논의가 있었다. 당시 여야는 물론 법무부와 국회 전문위원도 개정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비슷한 범죄를 여러 법률로 처벌할 경우 법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개정에 반대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산업기술 유출은 산업기술유출방지법으로, 군사기밀 유출은 군사기밀 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간첩죄로 또 다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