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농담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아주 완벽한 농담. (중략) 웃으면서 삶을 끝낼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인생을 무사히 농담으로 그려내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희극 배우들이 아닌가 싶다."
45년차 코미디언 이경규가 오는 12일 나오는 자신의 첫 번째 에세이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의 서두에 이렇게 썼다. 희극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에 빗대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은 것이다. 이경규는 이 책에서 코미디언으로서의 직업인이기보다는 65년을 살아온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꿈을 이야기한다.
1981년 MBC 공채 1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경규는 큰 사건 사고 없이 45년간 MC이자 방송인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라는 어록으로도 유명한 이경규는 자신의 롱런 비결을 두고 ‘잘해서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오래 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100퍼센트로 초반부터 퍼부어서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보다 꾸준히 오래 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경규는 일본 유학 기간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휴식기 없이 활동을 이어왔다. 예능의 플랫폼이 기존 방송국에서 유튜브 등 OTT로 넓어진 가운데 주변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후배 예능인들과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통 코미디부터 ‘양심 냉장고’ 등의 공익 예능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MC를 거치는 과정에서 ‘예능 대부’로 발돋움한 이경규는 대한민국 최초로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모두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하며 통산 8회 방송연예대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또 영화 ‘복수혈전’, ‘복면달호’, ‘전국노래자랑’을 제작한 영화인으로의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영화감독의 꿈을 이뤘고 이제 작가로도 데뷔한 이경규의 도전은 아직도 멈추지 않은 모양새다. "나는 나의 롤모델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는 이경규는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다. "코미디언으로 살아온 45년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때 연극 오디션에 떨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설령 요행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더라도 코미디언만큼 나의 재능을 남김없이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떤 실패도 영원한 실패는 아니다. 여러 실패의 문을 열었다가 닫아봐야 내가 기다려온 문을 만났을 때 그 안으로 과감하게 발을 내디딜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