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이 윤석열 배신하고 절연할 때까지 85일 남았다"고 주장했다. 군사안보 분야 격언 중에는 "좌익은 상대편을 공격할 때 자신의 약점을 투영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적용하면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내 ‘비명계’에 대한 잠재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배반 D-85’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지난 2월 16일 국민의힘이 100일 안에 윤석열 단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85일 남았다"며 "국민의힘은 이제부터 불난 호떡집처럼 ‘윤석열 배신’을 두고 격론을 시작해서 마침내 ‘윤석열 절연’, ‘지도부 교체’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민의힘에 대한 폄하와 저주를 퍼부었다. 그는 "국힘은 추구하는 가치도 없이 필요해서 보수를 참칭할 뿐 현실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원수’도 영입하고 부모조차 내칠 극우 파시즘 정당"이라며 "명색이 집권당이면서 하자는 일은 없고, 온갖 거짓말과 폭언으로 국민을 기만하며 야당 헐뜯기와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란수괴 윤석열을 옹호하고 법원을 파괴하는 폭력적 극우에 힘이 있다 싶으니 얼른 그쪽에 붙었지만, 국민의 집단지성 발동으로 그들에 제압되고 힘이 빠지는 순간, 국민의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란수괴 윤석열과 극우폭력 선동집단을 배반할 것"이라며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저주 섞인 폄하는 그 자신과 더불어민주당에 오히려 더 어울리는 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페이스북에 함께 올린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서도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불과 며칠 새 ‘이재명 지지’ 응답이 10%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친명계는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될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국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음이 지난 2월 말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우클릭’을 한답시고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 등 이런저런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비판을 받았다. 또 민주당을 중도보수라고 규정했다가 당내의 반발도 샀다.
비명계 반발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시작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등 비명계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회동을 갖고 있지만 비명계는 그에게 승복하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기대선이 열리면 완전 국민경선으로 대선후보를 뽑자"는 말까지 나왔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 ‘초일회’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3일 페이스북 글에서 "화합과 통합을 위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당원 50%, 국민 50%가 참여하는 경선 규칙을 통해 대선후보를 뽑았다. 이를 국민 100%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양 전 의원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주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었는데도 이재명 대표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어 그를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지지층을 확장해야 하는 민주당은 조기대선 경선을 모두가 화합·통합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힘이 尹 버리기까지 85일 남았다"는 이재명 대표 주장은 곧 열리는 재판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측근 ‘친명계’를 비롯해 민주당 모두가 자신을 배신하거나 절연할 것이라는 잠재의식 속 두려움이 은연중에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