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퇴직금과 퇴직연금 등 퇴직급여의 연금수령을 유도하는 추가 세제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은 퇴직급여 CG. /연합

정부가 퇴직금과 퇴직연금 등 퇴직급여의 연금수령을 유도하는 추가 세제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 일시금 수령이 여전한 퇴직급여의 연금화를 촉진시켜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퇴직급여 연금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24일 정부의 ‘2025년 경제정책 방향’ 자료를 보면 퇴직연금의 실질적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연금화를 촉진하고자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 수령 기간이 길수록 퇴직소득세 감면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지금도 퇴직급여를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퇴직급여를 55세 이후 연간 연금 수령 한도에서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는 연금 수령 1∼10년 차까지는 30%, 11년 차 이후부터는 40% 줄일 수 있다. 정부는 나아가 ‘20년 초과 50% 감면 구간’을 새로 만들어 연금 수령 20년을 넘으면 퇴직소득세를 50% 깎아줄 계획이다.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 내야 할 퇴직소득세에서 50∼70%만 내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A씨가 퇴직금으로 받은 3억원을 일시금으로 찾으면 약 1700만원의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이를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에 넣어 연금 수령 한도에서 연금으로 받으면, 수령 기간이 길어질수록 세금 부담분을 덜어준다는 말이다. IRP는 회사에서 퇴직하거나 이직하면서 수령한 퇴직급여를 보관·운용하는 계좌로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두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원칙적으로 IRP로 옮겨진다. 정부 방안대로 시행되면 20년 초과 시 A씨가 해마다 부담해야 하는 퇴직소득세는 34만원에서 28만원으로 6만원 줄게 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연금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더불어 다층 노후 소득 보장의 한 축을 담당하려면 은퇴자들이 퇴직급여를 말 그대로 연금 형태로 수령해야 하지만 미흡한 실정이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는 비율은 2020년 3.3%, 2021년 4.3%, 2022년 7.1%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2023년에는 퇴직연금 수급을 시작한 IRP 계좌 53만개 중 연금을 선택한 계좌는 10.4%로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그렇지만 89.6%는 IRP 계좌를 해지하고 일시금으로 가져갔다. 겨우 열 명 중 한 명만 연금을 고른 셈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일시금으로 받든 연금으로 수령하든 부담해야 하는 세금에서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은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퇴직소득세는 연말정산 때 인적 공제 등 여러 가지를 공제해주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제율이 높아 실효세율이 4∼5%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금 소득세 실효세율인 1∼2%가량과 비교해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은퇴 때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퇴직연금의 연금화를 위해서는 일시금 인출 소득세와 연금 인출 소득세 간 차이를 두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유호선·김성일·유현경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원들은 ‘퇴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 강화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퇴직연금의 현재 연금 수령 나이인 55세 이전에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 소득세를 인상하고, 연금으로 타면 소득세를 큰 폭으로 낮추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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