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이 시작됐다. 교전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일단 제외된 모습이다. 3년간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피해 당사국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배제된 것은 충격이다.
인접한 유럽 국가들은 물론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도 현장의 전율감이 느껴진다. 국제관계가 아무리 힘의 논리라 해도 교전 당사국이 배제된 것은 앞으로 국제질서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짙은 불안감을 던져준다. 일각에선 국가 주권 개념이 처음 정립된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블랙 유머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변함없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돈바스의 수복과 나토(NATO) 가입이다. 실지(失地)를 회복하고 자유 진영 일원으로 새 출발하고 싶다는 것.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점령지역 포기, 중립국 유지(나토 가입 반대)를 요구한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푸틴·젤렌스키와 잇달아 통화한 후 "우크라이나의 영토 완전 수복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도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 사실상 푸틴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같은 트럼프의 전략이 명확하게 드러난 건 아니지만 대(對)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어차피 늙은 유럽과 힘없는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면서 미국의 힘을 낭비하기 보다는 푸틴을 중립화시킨 후 중국을 주저앉히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구상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유럽을 패싱(passing)한 사례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다. 북한은 벌써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북한당국은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북한당국과 국내 종북 좌파들은 지난해 평양 상공에 나타난 무인기가 ‘우리 국방부의 소행’이라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과정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몸값을 키우려는 시도를 할 것임은 거의 틀림없다. 러시아에 파병까지 한 마당에, ‘한국 무인기 평양 침입’을 빌미로 한반도에 새로운 안보 위협을 가해 자신의 국제 인지도를 높이려 할 것이다. 안보 부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02.18 13:58
- 수정 2025.02.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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