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나 중고차 구입 계획이 있다면 서두를 필요가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예년을 웃도는 수준의 자동차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가격 상승 현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전 세계 자동차 가격 상승이 오는 2022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19 팬데믹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여전한 데다 부품·소재 가격 인상과 수요 회복이 더해져 제조원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00년과 올해 중순 두 차례에 걸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여파로 아직 완성차 메이커들은 적기 생산·판매가 불가한 실정이다. 신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계약 후 출고 대기일이 9개월,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1개월, 제네시스 ‘GV60’은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원가 상승도 가격인상을 견인하고 있다. 강판,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주요 소재의 국제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일례로 열연강판은 지난해 1월 톤당 603달러에서 올 11월 1502달러로 149%, 마그네슘은 2116달러에서 5211달러로 146% 올랐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의 경우 5만1000위안에서 17만9750위안으로 249% 폭증했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 동안 누적된 자동차 교체 수요가 카인플레이션의 하방 압력을 더 높이고 있다. 신차 공급 지연 탓에 출고 수개월 이내의 중고차가 신차보다 고가에 거래되는 이상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가격 상승 압력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워 연식 변경 모델 출시과 함께 가격인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얼마나 비싸질까. 업계 전문가들은 평균 3~5%선을 내다본다. 통상적 연식변경 모델의 인상분이 1~2%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내년 그랜저·니로·팰리세이드·아이오닉6 등의 신모델을 선보일 계획인데, 고가 모델은 전작 대비 최대 400만원이 오를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카플레이션은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 활성화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정부는 전기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보조금 지급을 통해 고객 부담금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형태의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가격 하락이 더뎌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올 3분기 전기자동차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의 2배에 가까운 7만1006대에 달해 세계 7위 시장으로 떠올랐다"며 "하지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소재 가격 인상분이 양산에 의한 생산단가 저감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내년부터 보조금을 대당 500만원 삭감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대당 지급액을 낮춰 전체 지원 대수를 늘리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소비자 부담이 커져 시장 위축을 야기할 개연성을 배재할 수 없다. 카플레이션에 대응해 생계형 운전자나 서민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신차 개별소비세 등 세제 개편, 전기자동차 보조금 로드맵 재검토가 이슈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오히려 존폐의 위협이 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부품수가 1만1000여개나 적기 때문이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전기자동차는 부품이 3분의 1가량 적고, 전체 작업량도 줄어 20~30%의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정부 목표대로 2030년 전기자동차 비중이 33%에 이르면 10%의 기업이 사라지고, 3만5000여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어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