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충격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관세 전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한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3일 코스피는 1.93% 폭락한 2467.74로 시작해 낙폭을 확대하며 전장 대비 2.52%(63.42p) 내린 2453.95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1.38% 내린 718.26으로 시작해 3.36%(24.49p) 떨어진 703.8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의 경우 지난달 24일 2536.80으로 마감한 이후 2거래일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끝에 1월 3일 종가(2441.92)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스닥 지수도 1월 3일 종가(705.76)에 근접하는 등 양대 시장이 한 달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설 연휴 전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5원 오른 1467.2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월24일 1427.98에 비해서는 40원 가까이 올랐으며, 지난달 13일(1470.8원) 이후 3주 만에 가장 높았다.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일 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이제 시장은 실물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멕시코, 캐나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관세 전쟁의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멕시코와 캐나다 사례를 볼 때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에 어떤 예외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한국은 대만, 베트남, 캐나다, 태국과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가 100% 이상 확대된 나라"라며 "보편관세 도입 시 관세 부담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사례와 같이 선별적 관세 부담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세분석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3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으로 증시에서도 해당 수위의 관세 우려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고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전면적인 무역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일부 관세 부과 후 협상을 하는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3일(현지시간) 발표한 긴급보고서에서 "경제적 피해와 마약 펜타닐 유입 억제라는 조건 등을 고려할 때 관세 부과는 일시적일 수 있다"며 "현재 관세 부과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4일 관련 행정명령 발효 직전 마지막 순간에 타협이 이루어질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마약 펜타닐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한 고율 관세 부과의 결정 논리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의회에서 취소할 수 있다"며 "주초 의회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골드만삭스 등 일부 투자회사들이 전망하듯이 이번 조치가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