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입수한 북한 정부의 사상 교육 영상에 나온 지하교인 체포 모습. /KBS뉴스화면캡쳐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지하교인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KBS가 입수해 단독 보도한 ‘종교인=간첩’ 몰아가는 북한…"종교가 수령절대 숭배 허물어"에 따르면 "종교는 김 씨 일가 숭배를 허물려는 책동이라면서 종교인을 간첩으로 몰고 있고, 이런 탄압은 최근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특히 영상에선 "이들이 ‘적들의 소굴’에서 교육을 받고 북으로 침투했다"고 주장하며,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군인들을 유혹하여 수뇌부보다 하나님을 더 믿게 하는 것이 저들의 임무였다고 실토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의 ‘인민군 군사 과학교육 영화 촬영소’가 2010년 제작한 교육용 영상인데, 헌법엔 ‘신앙의 자유’를 표방하면서도 당국이 대놓고 종교를 탄압하는 영상을 만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현숙 폴리 한국순교자의소리 대표는 "이 영상은 북한 정부에서 수년간 사상 교육용으로 제작한 몇 편의 영상 가운데 하나이지만 의도치 않게 북한 지하교인에 대한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면서 "이 영상이 없다면 그 안에 담긴 기독교인의 이야기는 영원히 잊히거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교육용으로 제작한 반종교 훈련 영상에 나오는 기독교 자료들. /KBS뉴스화면캡쳐

폴리 대표는 "이 영상의 목적은 기독교인을 국가 전복을 꾀하는 파괴 분자로 묘사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불신을 받게 하는데 있다"며 "KBS에서 입수한 이 영상이 2018년에 순교자의소리에서 확보한 영상과 유사하다. 순교자의소리에서 확보한 영상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순교자 차덕순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으로 북한의 보위부 요원을 교육하기 위한 영상, 즉 북한 내부의 기독교 지지자들을 식별하고 침묵시키는 방법을 훈련하기 위한 영상에 보존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한 교육용 영상이 북한 내부에서 기독교 자료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시각적 증거를 제공해 준다"며 "이러한 영상이 예수님을 신실하게 증거했다는 이유로 순교한 북한 지하교인들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확산시키시는 하나님의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순교자의소리에 따르면 생활이 빈곤했던 차덕순은 여러 마을을 다니며 생계를 이어가도록 북한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여행을 하면서 차덕순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가난하거나 하층 계급에 속했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또한 몇몇 저명한 조선 기독교인의 후손을 찾아가 함께 예배를 드렸다.

영상에는 이러한 지하교인들이 주일마다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성경을 공부했고, 심지어 가장 바쁜 농사철에도 안식일을 지켰다는 말이 나온다. 더욱이 복음을 전한 차덕순과 다른 지하교인들이 사용한 성경과 기독교 자료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기독교인으로 적발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북한의 기본적인 통치 운영 이데올로기에 결정적으로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종교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탄압으로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