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30분쯤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2시간 30분 만에 국회에서 해제 결의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 결의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최종적으로 5시간 30분가량 걸렸지만 국회 표결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 되는 상황에서 계엄령을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계엄령 해제 이후 윤 대통령은 4일 예정돼 있던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대통령실은 비서실장과 수석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련의 과정을 본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체 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느냐"에 대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 때 말한 것처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내에 ‘반국가세력’이 있고, 이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한다면 계엄령 선포에 앞서 충분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즉 비상계엄령의 의도를 떠나 계엄령에 따라 국회의 ‘반국가세력’을 척결하려 했다면 국회 경내 진입부터 이후 대상자 신병확보까지의 시나리오, 국회 전체를 둘러싸고 통제할 수 있는 병력 동원, 계엄령 선포와 동시에 관계 부처의 일사분란 한 조치, 국민과 언론의 동요를 막을 수 있는 사전 준비와 통제 매뉴얼,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음을 여당은 물론 국민과 언론까지 납득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마련한 뒤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게 수순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군은 물론 경찰 등 각 부처의 움직임은 중구난방이었다. 대통령이 관저를 빠져 나가는 모습이 방송에 중계된 지 한참 지나서야 군 병력 움직임이 포착됐고, 가장 먼저 국회에 도착한 육군 헬기에서 내린 특전사 병력은 증원 병력을 기다리지 않고서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얼마 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부대 병력과 특전사 증원 병력이 속속 국회에 도착했지만 ‘치명적 무력’을 사용할 수 없는 군인이 시민과 야당 관계자, 국회 관계자, 언론에 취할 수 있는 행동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원도 300명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발표다.
결국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들이 야당과 국회 관계자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무력한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 됐다. 아무리 많게 잡아도 1개 지역대도 안 되는 병력이 총기 등 ‘치명적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이미 수백 명이 진을 치고 있던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계엄 계획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 또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청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뒤에야 간부비상회의를 소집했을 뿐 도로를 통제하거나 병력 이동을 돕거나 소위 ‘반국가세력’에 대한 검거에 나서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경찰이 계엄령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은 국회 주변에 한정됐다. 그것도 계엄군이 국회 경내 진입하기 전까지였다.
이런 허술한 계획의 배경은 4일 오전에야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때까지 한덕수 총리부터 대통령실 참모진은 물론 주요 장관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비상계엄령 선포 후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께 계엄령 선포를 건의했다"고 황급히 밝혔다. "국방부 현직 관계자들은 책임이 없다"는 걸 강조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우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정말로 ‘반국가세력’을 척결할지 모른다는 기대도 가졌지만 비상계엄이 5시간 30분 만에 끝나자 "대통령은 대체 왜 계엄령을 선포했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 고속도로를 탔다"고까지 평한다. 여당부터 정부 부처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실패 가능성이 큰 비상계엄을 말도 안 되게 허술한 계획을 갖고 선포했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