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철도노조를 시작으로 지하철 등 공공운수 노조들이 동시에 파업에 들어간다. 특히 철도나 지하철 등 공공부문의 매년 연말마다 반복되는 파업으로 시민 불편이 커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강대강 대치를 막기 위해 상시적인 노정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노조가 오는 5일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이어 6일에는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가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 같은 파업이 공공운수 전체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주무부처 장관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긴급 주요 기관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파업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 발이 되어주는 철도와 지하철이 한꺼번에 멈추게 된다면 경제적 타격과 국민이 겪게 되는 불편은 너무나 자명하다"며 "경제와 일상생활을 볼모로 한 투쟁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어렵다.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파업은 오히려 국민의 생명·안전과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위한 파업"이라며 "장관이 노조 파업 내용을 전혀 살펴보지 않고 있어서 한심하고, 파업의 요구 등 본질은 외면한 채 ‘불안’, ‘불편’ 등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기에 급급하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통상 노동계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투쟁은 봄에 시작해 여름에 절정을 이룬다. 최근 들어서는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가을까지도 이어진다. 민간과 달리 공공부문은 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 받아 쓰는 구조이다 보니 정부의 예산운용지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총 예산에서 가용 인건비가 얼마나 남았는지 연말이 돼야 정확한 규모 확인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은 매해 가을에 협상을 시작해 연말에 파업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코레일의 제1노조인 철도노조는 인력 충원, 외주화 중단,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본급 2.5% 정액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대규모 인력감축 추진 중단, 신규채용 정상 시행, 임금 6.6%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기간 내 협상타결은 쉽지 않다는 것이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우선 공공부문 노조들의 교섭 상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획재정부와 주무부처에서 받은 예산을 운용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재량권이 크지 않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내년도 예산운용지침 수립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이 구성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공공부문은 민간과 달리 공기업과 정부 등 중층적·복합적 노사관계이기 때문에 연말에 투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사회적 손실이나 피로도를 줄이려면 그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들의 요구도 인력증원 등으로 매번 반복되고 있고, 임금 인상 역시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어떻게 보면 (임단협의) 예측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 노정교섭을 연례화하는 등 일상적 교섭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