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가 100년이 약간 넘어 ‘젊은 학문’이라 할 수 있는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해 왔다. 앞으로 자유일보를 통해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국제정치적 이슈를 시사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역사적·학술적·이론적인 측면에서 쉽게 설명해 드리겠다고 다짐한다. 첫 번째인 이 글에서는 한국 국민들 모두에게 국제정치학은 필수과목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싶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다. 어떤 나라보다도 전화(戰禍)를 많이 겪었다. 3국 시대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책에 기록된 외세에 의한 침략전쟁은 무려 1,000회에 육박한다. 지난 500년만 보아도 임진왜란,정유재란,병자호란,청일전쟁,러일전쟁,2차대전,한국전쟁 등 수많은 전쟁이 한반도라는 좁은 땅과 부근 바다에서 치러졌다. 가장 최근 전쟁인 한국전쟁(1950-1953)은 군인 인명피해 기준 세계 전쟁사(戰爭史)상 7번째의 참혹한 대전쟁이었다. 왜란과 호란을 치르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조선왕조는 19세기 말엽, 국제정치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결국 국가 멸망의 비극마저 당했다. 국가사멸의 비극은 국민들은 물론 국가를 이끌던 위정자들이 국제정치에 대해 무지몽매했던 결과다. 국제정치에서 줄 서기의 기본 원칙조차 몰랐던 고종은 독일사람을 국가 외교 고문으로 택하고,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자 조선의 산천에 굿판을 벌여 러시아의 승리를 기원했다.
지난 수십년, 국제정치에 탁월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 건국하고 부강시킨 대한민국호(號)는 국제정치의 파도를 잘 타고 넘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은 또다시 국제정치의 원리를 무시한 채 대한민국호를 끌고 가는 것 같아 심히 불안하다. 저명한 미국학자 에버슈타트 박사가 11월 28일자 월스트릿저널지에 한국 관련 논문을 기고했다. 제목은 "South Korea Wants to Declare Peace-Without Peace"로, ‘대한민국, 평화가 없는데도 평화선언을 원하다’ 정도로 번역하면 되겠다. 현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비꼰 글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이처럼 국제정치의 원리를 모른다고 비하당하면 되겠는가? 자 이제부터 열심히 국제정치를 공부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