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투자 비중이 글로벌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3%까지 늘었다. 이는 1988년 이후 최고치다.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기간의 20%대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 36.3%, 2022년 36.1%로 뛰어올랐다.
10일 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1기인 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한국의 글로벌 투자 금액은 꾸준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미 투자액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집권했던 2017∼2020년 150억달러 안팎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된 2021년에는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279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후 2022년 295억달러, 2023년 280억4000만달러, 올해 들어 2분기까지 124억달러 등으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 기간 미국 투자가 늘어난 것은 미국이 주요 산업 공급망을 동맹 등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공유하는 정책을 펼친 데 따라 한국기업들이 호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생산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으로의 수출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액은 2017년 686만달러에서 지난해 1157만달러로 68.6% 증가했다.
대미 수출을 가공단계별로 살펴보면 1차 품목, 중간재, 자본재, 소비재 중 중간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미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17년 49.4%, 2018년 54.1%, 2019년 55.3%, 2020년 55.4%, 2021년 57.8%, 2022년 60.4%, 지난해 50.1%로 트럼프·바이든 행정부 내내 절반을 넘겼다. 중간재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 등을 의미하며 자동차 부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소재 등이 대표적인 중간재로 꼽힌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제조산업에 필수적인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조 강국인 한국이 미국의 첨단산업 공급망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으며, 산업 ·경제에서 한미 양국의 상호 의존성이 높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2기에 강력한 통상압력이 예상되지만, 한국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현실을 협상의 지렛대로 내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대(對)한국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에서 적자를 보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양국이 경제안보 동맹으로서 상호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