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일 만에 공개한 '총선백서'의 힘
이조심판론·반쪽 공천 등 韓 리더십 총선패배 원인 지적
"불쾌" 반발하면서도 자세 낮추고 외연확장 잦은 발걸음
상갓집서 친윤 김기현과 어울리며 밤늦게 까지 자리지켜
친윤계 주최 행사 참석해 대립각 세웠던 이철규와 귓속말
백서 공개 계기 비난 여론 잠재우기 행보 주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행동이 최근 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한계 의원들과만 어울리던 과거와 달리 지난 며칠 동안 친윤계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보다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에서는 "총선백서가 공개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평이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28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제천·삼척 간 동서 6축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재조사·조사 통과를 위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친윤계 유상범·엄태영 의원이 주최한 행사였다. 한 대표는 김진태 강원지사 옆에 앉아 이철규 의원과 귓속말을 나눴다. 이 의원은 총선 이후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찐윤’ 의원이다. 옆에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앉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앞서 27일 한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의 상갓집을 찾았다. 여기서 김기현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과 어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는 사람들을 위해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고 한다. 그는 이날 조문객들이 모두 떠난 밤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달 초에도 경기 고양시의 당 최고위원 상갓집을 이틀 연속 찾았다고 한다.
지난 22일 ‘친한계’ 의원들만 모아 만찬을 가질 정도였던 한 대표가 친윤계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것을 두고 여당 소식통은 "총선백서가 결국 공개됐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여의도 안팎에서도 "총선백서가 공개되자 한 대표가 몸을 낮춘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28일 공개한 총선백서는 총선 참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을 꼽았다. 한동훈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이끌면서 측근들의 말에 매몰돼 추상적인 구호만 외치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을 제대로 결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백서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관계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승부수 전략 부재 ▲효과적 홍보 콘텐츠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의 부재 ▲기능 못한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등을 지적했지만, 모든 원인의 근본적인 문제는 리더십이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갈등 등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연이어 터지자 야당은 일관되게 정권심판론을 밀고 나가 힘을 얻은 반면 여당은 운동권 심판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나중에는 읍소전략으로 그때그때 전략이 변하면서 결국 패배했다는 지적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당 지도부가 정부 정책의 성과를 적극 홍보해 여당의 유능함이 돋보이게 해야 하는데 민생과 관련한 홍보 전략을 전혀 세우지 않은 탓에 ‘민생실종 선거’가 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다 시스템 공천도 불완전해 잡음이 일었고, 당정관계마저 불안정해지면서 총체적 실패를 초래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패배가 서울을 포기한 한동훈 대표 탓이었다는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상규 당협위원장은 지난주까지도 "한 대표는 자신의 무능을 대통령실의 실정으로 몰아 총선백서를 공격했고, 그 여세를 몰아 당 대표가 됐다"라며 "총선백서가 6개월 넘도록 발간되지 않은 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백서 공개로 이런 비판 여론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 한 대표가 친윤계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