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월 4일로 예정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할 수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한 바 있다. 야당이 노골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여야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 헌정 중단이라는 비극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은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22대 국회를 규정하는 단어 두 개를 고른다면 그것은 ‘특검’과 ‘탄핵’이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타겟으로 한 정략 차원에서 기획 추진되고 있다. 작년 10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악수를 청해도 쳐다보지 않거나 면전에서 "그만두라"는 말까지 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이런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 가고 싶을 리 없다.
지금도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거부한 법안을 거듭 상정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도 공천 개입 의혹 등을 부각하며 11월 특검 정국 조성을 준비해왔다. 예산안 심사에 관해서도 "불요불급한 예산은 악 소리 나게 삭감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야당이 대화나 타협을 원천 배제한 귀결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직접 나서는 게 맞다. 대통령 시정연설은 677조 원이 넘는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절차이고 그 절차는 단순히 국회나 야당만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민을 만나는 자리이자 예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어른스럽다. 야당이 치졸하게 나선다고 해서 대통령까지 똑같은 수준으로 낮아질 수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안보 측면의 도전 외에도 수출 부진 등 경제 상황도 심각하다. 눈앞에 닥친 내외의 위기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대립이 헌정 중단 사태로 이어질 경우 국가적 존망을 우려해야 한다.
이 나라는 지금 헌정 중단 사태가 일상화된 남미형 국가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말 심각한 것은 그런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국민까지 위기를 절감해야 한다. 민주당은 아예 없는 것으로 치고 하는 얘기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4.10.29 15:50
- 수정 2024.10.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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