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광
장석광

"호전적인 대립상태는 항상 스파이들의 시간이다."(Warlike confrontations are always the hour of spies) 독일의 전 대외정보국(BND) 국장 게르하르트 쉰들러(Gerhard Schindler)가 평상시 ‘스파이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금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3년 3월, 중국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해 현대판 ‘시황제’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3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집권 5기를 시작하면서 현대판 ‘차르’가 됐다.

시진핑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에 취해 있는 한, 푸틴이 러시아 제국의 부활로 ‘종신 집권’의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세계는 ‘호전적인 대립상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2024년 11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스파이 사건’이 빈발한 이유다. 9월 초부터 보름 동안 세계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만 간략하게 살펴보자.

9월 2일, 네덜란드 신임 총리 스호프(Dick Schoof)가 러시아와 중국 스파이들의 해킹을 우려, 내각 회의에서 모든 무선 장치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9일에는 유럽연합(EU) 7개국과 협조, 유럽연합 내 러시아 외교관들의 여행을 제한하는 정책을 협의했다. 러시아는 13일 영국 외교관 6명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하면서 외교관 추방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11월 미국 대선을 둘러싼 온라인 담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화두를 영향력 공작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 분석회사 그라피카(Graphika)의 9월 3일 보고서는 ‘베이징의 지원을 받는 스패머플라주(Spamouflage)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가짜 페르소나를 만들어 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분열적 메시지를 유포하고 있다. 이들은 성조기나 군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미국 유권자, 군인 또는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 등 자칭 애국자로 가장해 총기 규제, 노숙자 문제,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인종 불평등을 담론의 주요 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안전부(MSS)는 지난해 개설한 공식 계정인 위쳇(WeChat)을 통해 ‘외국 스파이들이 충성스러운 자국인들을 꾀어 국가를 배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9월 4일 게시에서, ‘잘생긴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로 위장한 외국 스파이들이 구인 광고와 온라인 데이트를 통해 ‘민감한 과학 연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기밀 정보를 넘기도록 유인하고 있으니 특히 유의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정보회사 그레이 다이나믹스(Grey Dynamics)는 9월 8일 기사를 통해 ‘미군과 미군 자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중국이 미국의 주요 시설 근처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인프라에 대한 해킹의 배후에 중국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으며, 미국 주요 항구의 중국산 크레인에서도 감시 장비가 발견되고 있다. 중국 정보요원들이 미국 정치에 접근하려는 사례도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는 ‘공자학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그럼에도 중국 스파이가 단 한 명도 검거된 적이 없는 나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하루 동안에만 오물 풍선 160여 개를 살포하고, 오전에는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까지 발사한 나라(?)와 80년 가까운 세월 호전적 대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스파이들은 무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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