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이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휴전이 가능할까. 일단 휴전 협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상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권력 교체기에 접어든 중재자 미국이 영향력이나 압력을 행사하지 못해 휴전 협상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일 이스라엘 인질 시신 6구가 가자지구 내 터널에서 수습된 것과 관련, 미국은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수십 명의 인질이 여전히 가자지구에 있으며 그들을 집으로 데려올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며 "양측간 휴전 협상의 매듭을 마무리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반발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인질 시신 6구 수습 후 이스라엘 국민과 노조 역시 전국 규모의 시위와 총파업을 이어가면서 정부 측에 휴전 및 인질 협상 타결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연정에 참여한 우파 각료들은 휴전 협상 타결 시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며 협상 반대 및 전쟁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은 지난 5월 휴전 협상 타결, 인질 교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등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하고 협상을 중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바이든이 제안한 휴전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이집트와의 국경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 주둔 여부를 놓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는 필라델피 회랑에 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로서는 바이든이 제안한 휴전안을 수용한다면서도 이스라엘 군의 필라델피 회랑 주둔은 절대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필라델피 회랑 군 주둔 문제는 협상 당사자간 사활이 걸린 사안으로 휴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레임덕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 중재를 위한 레버리지는 거의 없다. 미국의 한 저명 언론인은 "네타냐후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라면 해리스 후보의 승리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휴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한 치적을 바탕으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는 바이든의 구상이 무산되는 조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