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해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기존 ASIC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가 전망된다.
30일 경제일보 등 대만언론들은 세계 10대 팰리스인 미디어텍(MediaTek)을 비롯해 노바텍(Novatek), 이지스(Egis) 등 대만 팹리스들이 최근 ASIC 시장 공략에 속속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만의 ASIC 업체인 알칩(Alchip), 글로벌 유니칩(GUC), 파라데이(Faraday)와의 경쟁 구도 또한 본격 연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 소식통은 미디어텍이 이미 여러 해 전부터 ASIC 시장의 공략을 위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디어텍이 소비성 제품 분야에서 기업 제품 분야까지 ASIC 칩 설계를 하고 있어 최근 AI로 인한 상업상의 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디어텍의 실적에서 ASIC 칩 분야의 비중이 현재 10% 미만인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소식통은 노바텍이 구동 IC와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NPU(신경망처리장치) 등 별도 칩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온칩(SoC) 등의 ASIC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지스의 경우 ASIC 설계 서비스와 반도체 설계자산(IP) 서비스 등 두 가지를 사업 방향의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한 관계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가 최근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핵심 주변부품 개발에 성공한 GDC와의 협력을 통해 6세대 HBM인 HBM4의 베이스 다이(base die) 주문을 대량 수주했다고 전했다.
앞서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은 지난 4일 IT 박람회인 ‘컴퓨텍스 2024’의 개막식 축사에서 "과학기술계 모든 사람이 수십 년 동안 노력해 대만을 AI 혁명의 구심점으로 만들었고, 대만을 이름 없는 영웅이자 세계의 기둥으로 만들었다"며 "대만을 ‘AI 스마트섬’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만 팹리스들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2027년 550억달러(약 76조원)규모로 성장할 AI용 ASIC를 미래 먹거리로서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네이버와 추론에 특화된 주문형 AI 반도체 ‘마하1’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