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파리 개선문 앞에 선 미·프 정상 부부. /AP=연합
8일 파리 개선문 앞에 선 미·프 정상 부부.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파리 개선문에서 국빈 방문을 시작,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까지 소화하며 동맹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프랑스에 도착해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참석 등을 위해 노르망디를 방문했으며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에는 이날 돌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정상은 환영식에서 개선문 아치 아래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 앞에 헌화했으며 2차대전 참전 용사들과 인사했다. 상공에서는 프랑스군 전투기가 공중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는 프랑스군 기병대가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엘리제궁으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 정원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기업인 협의회에 나란히 참석한 뒤 저녁에 다시 엘리제궁으로 돌아가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을 비롯한 국제 안보 현안과 미국과 유럽 간 무역 긴장에 대해 논의했다.

엘리제궁 정원에 마주 앉아 대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경제 투자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이 ‘함께 조율’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현장 취재진에 포착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무너진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는 미국 관용 표현을 인용하며 "여러분의 국가명에 담긴 이 연합의 힘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철학이다. 지금 우리는 동맹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 하는 미·프 정상. /AFP=연합
8일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 하는 미·프 정상. /AFP=연합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마크롱 대통령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완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에서 각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양 정상은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및 탄약 제공을 강력히 규탄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 공조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밝히며, 美·彿 양국은 이견을 최소화하고 단결은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46세의 마크롱은 유럽 무대 위에 프랑스의 리더십을 재정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오며 도전적인 발상과 발언 등으로 우방국들을 화나게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NYT는 짚었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뇌사상태", "유럽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촉발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거친 표현을 꺼내 들며 유럽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자강론을 펼쳐 왔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꺼내 들어 미국과 다른 유럽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다.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도 미국과 미묘한 입장 차를 보여 왔다. 현재 유럽에는 안보 자립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으로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는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9일까지 진행 중인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의 돌풍이 예고된 점이 골칫거리다.

AFP 통신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행사부터 정상회담까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주가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모두 유권자들에게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풀이했다.

제라르 아로 전 주미 프랑스 대사는 파병론, 종전 방식 등에 양국 정상의 견해 차가 있다면서 "두 정상 간 설명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11월 5일(대선) 이후 전망도 달려 있다"고 NYT에 말했다. 미국과 프랑스 간 관계는 2021년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출범 이후 미국의 인도·태평양지역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며 소원해지며 악화하다가, 우크라이나 서방 지원 재차 확약과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에 대한 제재 논의 등에서 합의를 보며 회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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