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파워 연구소의 염소염·용융염원자로(MCFR) 연구 장비. 테라파워 제공. /연합
테라파워 연구소의 염소염·용융염원자로(MCFR) 연구 장비. 테라파워 제공. /연합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따르는 여러 난관에도 기후변화 대응과 부족한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산업 부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터센터 확장과 제조업 부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풍력과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원자력 발전을 되살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있는 보글 원전 4호기를 찾아 미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려면 원전 설비용량을 최소한 3배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050년까지 200기가와트(GW)의 원전 용량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랜홈 장관은 이제 2GW(보글 3호기와 4호기)를 확보했으니 198GW를 더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6월에 미국 내 첫 SMR 건설에 나설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FT 인터뷰에서 이번 달 미 규제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나트륨 원자로 건설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 위치는 미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석탄 화력발전소 인근이며, 당국의 승인이 6월까지 나지 않더라도 초기 공정은 상당 부분 핵 활동과 무관한 만큼 예정대로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테라파워 측은 2030년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이오밍주의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는 2025년 폐쇄 예정인데 나트륨 원전이 이를 대체해 25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나트륨 원자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며, 액체 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로 물(100℃)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르베크 CEO는 "나트륨 원자로는 경수로 원자로 대비 비용이 절반 정도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SMR 업체들은 국가 주도로 개발 중인 러시아·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각각 1기씩 SMR을 가동 중이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고금리에 따른 자본 조달 비용 상승,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다른 미국 업체 뉴스케일이 미국 내 첫 SMR 건설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뉴스케일 측이 비용 상승에 대응해 전기요금 50% 인상을 제안했지만 전력 회사들이 이에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테라파워는 미국 정부로부터 해당 원자로 완공을 위해 최대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를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테라파워는 지난해 3월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퍼시피콥과 함께 퍼시피콥 소유의 유타주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2033년까지 2기의 SMR을 짓는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싱크탱크 브레이크스루 연구소의 애덤 스타인은 테라파워가 자금을 확보해 공개시장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설계상의 경쟁력도 갖춘 만큼 미국 내 다른 경쟁사 대비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르베크 CEO는 해당 원자로 건설에 대한 정부 의존도가 높은 만큼 비판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전략적 가치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HD현대, SMR 글로벌 기업과 용융염 원자료 공동연구. HD현대 제공.  /연합
HD현대, SMR 글로벌 기업과 용융염 원자료 공동연구. HD현대 제공.  /연합

한국의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023년 8월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기업 테라파워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탄소중립 실현에 뜻을 함께하기도 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해 무산소 전력 수급에 앞장선다는 게 SK의 구상이다.

한편 HD현대는 용융염 원자로 ‘공동 연구를 위해 지난 3월 美 테라파워에 연구개발팀 파견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해상 원자력 시장 개척에 나선다. HD현대는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미국 테라파워, 서던컴퍼니, 영국의 코어파워와 함께 미국 워싱턴주에서 용융염(熔融鹽) 원자로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교류회를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용융염 원자로는 4세대 원자로 중 하나로, 안전하고 효율이 높아 해상 원자력 발전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개발 업체 테라파워, 미국 남부 최대 에너지 회사 서던컴퍼니, 영국 원자력 발전 솔루션 회사 코어파워는 원자력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HD현대는 이들과의 공동 연구를 시작으로 차세대 청정 에너지로 주목받는 해상 원자력 시장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는 3월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테라파워에 SMR 연구개발팀을 파견한다. 원자력 발전선을 포함해 원자력 적용 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미국선급(ABS), 영국 로이드선급(LR) 등 글로벌 주요 선급,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해상 원자로 적용을 위한 제도 구축에도 나선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차세대 에너지 기술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HD현대 관계자는 "무탄소 원자력 발전선을 포함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연구개발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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