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Gross National Income)이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5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 6194달러, 일본은 3만 5793달러라고 발표했다. 한국이 401달러 앞질렀다. 1인당 GNI는 국내·국외를 합쳐 그 나라 국민이 1년간 벌어들인 총수입을 전체 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1년간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서비스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과 차이가 있다. GNI는 실질 구매력과 생활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쓴다.
15~16세기 무렵 동아시아 국제무역 결제수단이던 은(銀) 생산량에 있어 조선보다 일본이 앞섰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일본을 다시 이긴 것은 근 600여 년 만의 일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30-50 클럽에 처음 가입했다. 30-50 클럽은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다. 국제사회에서 파워(국력)를 나타낸다. 당시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였는데, 이번에 일본을 제치고 6번째가 됐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인구는 급격히 줄고 국제경제 환경도 어두운 편이다. 우리의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지른 이유는 간명하다. 우리는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급격히 성장했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었고 경제성장률이 5년마다 1%씩 떨어지긴 했지만 30, 40년 쌓아온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버텨주었다. 빠른 속도의 정보화 등 기업 혁신성도 일본보다 앞섰다. 이런 강점들이 한국경제를 이끌었다.
일본은 90년대 중반 한때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장기 불황으로 지금 3만 달러 중반으로 떨어졌다.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환율 조정 합의), 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인구 고령화가 근원이다. 우리도 부동산 거품, 인구 절벽·고령화 등 일본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공사비가 최근 평당 1억 원대로 뛰었다. 기가 막힐 일이다. 문재인 정권 때 망쳐놓은 아파트값과 전·월세가 또 뛰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 물가는 도무지 내려가지 않는다. 국민 80%는 ‘GNI 첫 일본 역전’이란 뉴스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현실이다. 일본을 이긴 건 중요하지 않다. 부동산 거품과 물가, 인구 대책이 훨씬 더 시급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