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에서 근대 번역어로서의 ‘자유’를 소개했다. 이번엔 ‘민주’를 보자. 라틴어 희랍어 ‘데모크라티아’에 기원한 비슷비슷한 철자의 서구어들 가운데 우리는 보통 영어 democracy로 친숙하다.

이 그리스·로마 시대 어휘가 근대 시민혁명 과정에서 재해석돼 정착한 것이다. 19세기 동아시아 지식인들에겐 생소하기만 했다. 18~19세기 서구에서 벌어진 사태를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democracy와 republic(공화)을 혼동하기도 했다.

Democracy는 19세기 중반까지 ’民主’(중국어) ‘共和(일본어)’로 각각 번역된다. 아직 중·일의 언어 교섭이 드물던 시절이었다. 19세기 후반 중국어로 번역된 서구 서적이나 영중사전(英華字典)이 일본에 들어오자, 중국어 ’民主’는 일본어에 들어와 기존 republic 번역어 ‘共和’의 유의어로 쓰인다.

한편 19세기말 일본어 ‘共和’가 중국어로 흘러 들어간다. 일본에서 ‘republic=共和’가 자리잡자 ‘democracy=民主’의 쓰임이 서서히 많아졌다. 19세기말 즈음엔 democracy를 ‘民主主義’ 또는 음역 ‘데모크라시(デモクラシ-)로 쓰기 시작한다. 정체(政體)를 말하는’民主’와도 구별하게 됐다.

20세기초엔 일본어 ‘民主主義’가 중국에 전해지고,democracy와 republic은 최종적으로 ‘民主’와 ‘共和’로 분화한다. 그리고 그대로 한국어에 편입됐다. 개념을 파악하고 번역어를 만드는 고민과 수고 없이 거저 얻은 셈이다. 서구어에서 민주(민주주의)의 어원은 ‘다중(多衆)의 지배’를 뜻한다.

기본적으로 ‘떼의 논리’이기에 ‘자유’와 결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너무 철저한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다수의 전제(專制)’인 민주정은 전제정과 놀랍게 유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주의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를 구분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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