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복필 천자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항복필 천자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새로 개편된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에서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린 국보 세한도’(歲寒圖)와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특별 공개된다.

11일 국립중앙박물관은 새로 단장한 기증관을 오늘(12)부터 선보인다고 밝혔다. 202212월 문을 연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기증 )’ 옆에 새롭게 마련된 기증 주제 전시 공간에는 국보·보물을 포함해 총 1671점의 다양한 기증품이 전시된다.

새로 탄생한 기증관은 주제별로 나눠 문화유산 나눔의 의미를 전한다. ‘문화유산 지키기와 기증이라는 주제로 한 전시 공간에서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의 혼란한 상황에서 국외로 반출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했던 문화유산을 지킨 노력을 조명한다.

이어진 전시 공간에서는 중앙 통로 좌우에 우리 옛 생활문화를 담은 문방과 규방 공예품, 흙과 금속 재질의 문화유산을 배치해 다양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아울러 전통 미술품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가들의 기증품도 소개한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문화재 수집가 이홍근 씨가 기증한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병’(보물), 이근형 기증 이항복필 천자문’(보물), 송정문 기증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제15’(국보), 1897년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기증 철종비 철인황후 추상 존호 옥책(玉冊)’,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기증한 고려 나전경함’(보물) 등이 있다.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씨가 기증한 국보 세한도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기증한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는 기증관 재개관을 기념해 55일까지 특별 공개된다.

세한도는 1844년 당시 59세의 추사가 자신이 처한 물리·정신적 고통과 메마름을 먹과 거친 필선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손창근 씨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자신이 대()를 이어 모은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0여 점을 박물관에 기증해 주목한 바 있다.

수월관음도는 불경인 화엄경입법계품에 나오는 관음보살의 거처와 형상을 묘사한 회화다. 윤 회장은 2016년 일본의 소장가로부터 이를 사들여 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관람객이 쉽고 편안하게 기증관을 관람하도록 준비했다.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해 전시품을 배경 영상과 함께 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고, 2월부터는 인공지능 전시 안내 로봇 큐아이가 전시 구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보급 기증품에서부터 고화질 영상, 인공지능(AI) 전시 안내까지 다채롭고 풍성한 내용으로 사랑받는 전시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국립중앙박물관회 기증 ‘나전경함’(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회 기증 ‘나전경함’(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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