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사회자 조 코이가 무리한 애드립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조는 "영화 ‘오펜하이머’는 721페이지의 맨해튼 계획이 원작이며, ‘바비’는 가슴이 큰 인형이 원작"이라고 말했다가 여성 관객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이외에도 그는 테일러 스위프트, 배리 키오건 등을 대상으로 농담을 걸어봤지만, 식어버린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 문제였다. B급 성향의 직설적인 조크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68년 전통을 자랑하는 골든 글로브는 아무래도 이상한 조합이었다.
2019년 사설 방송에서 축구 해설을 하던 감스트를 공중파 해설위원으로 앉혔다가 시청자들 원성을 샀던 것도 비슷한 예다. 특유의 갈라지는 목소리와 선수에 대한 경솔한 애드립은 공중파와 함께 하기 어려웠다.
2022년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 크리스 락은 원형 탈모로 삭발한 여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G.I.제인이라고 놀렸다가 이에 격분한 남편 윌 스미스에게 따귀를 맞았다. 2017년에는 작품상 수상작으로 ‘라라랜드’를 호명했다가 ‘문라이트’로 정정하는 대형사고도 있었다. 덕분에 프로듀서 조던 호로위츠는 수상 소감을 하다가 멋쩍게 단상을 내려와야 했다.
명품 애드립도 있었다. 1974년 6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있었던 일이다. 사회자 데이비드 니븐(1910-1983)은 한 왜소한 남성이 나체로 무대에 올라온 최악의 돌발상황에서, 특유의 미소와 함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응수해 찬사를 받았다. 지금 기준으로는 다소 건조하고 느린 호흡이지만, 낭만과 품격이 있던 과거 시상식이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