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지배전략 '초한전'] (30) 불법이민의 통로가 된 '유커'

초한전 일환으로 서방국가에 중국인 대규모 이동시켜 세력확장
시골·소도시→중심도시 전술, 加 벤쿠버·濠 시드니가 성공 사례
중국인 불체자 6만여명 서울 외곽서 영등포·동작·용산구로 확산
갑작스런 유커 허용...中공산당 자산 해외 빼돌리는 수단 의혹도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로 들어오는 중국 ‘유커(관광객)’들. 중국은 지난 10일 한국 등 70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연합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로 들어오는 중국 ‘유커(관광객)’들. 중국은 지난 10일 한국 등 70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연합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부(우리나라의 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가 한국, 미국, 일본 등 70개 국에 대한 중국인 여행 제한을 풀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일명 유커6년 만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언론과 기업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관련 기업은 주가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과 국내 정치 상황, 중국에 대한 서방국가의 견제와 감시 등을 함께 생각하면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대대적으로 풀어준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번 조치가 해외 현지에 대규모 인력을 보내 일종의 자치구를 만든다는 초한전의 일환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초한전가운데 서방 국가에 대규모 이민 보내 거점 만드는 전술

초한전가운데는 중국인을 서방 국가에 대규모로 보낸 뒤 차이나타운과 같은 곳을 만들어 현지에서 세력을 넓힌다는 개념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여기에 "주변(농촌)에서 시작해 중심(도시)을 점령한다"는 마오쩌둥의 전술을 결합해 서방 국가의 시골이나 소도시부터 공략하고 있다. ‘초한전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에 따르면, 이런 전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캐나다 밴쿠버와 호주 시드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방식을 현재 한국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초한전을 연구한 안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중국인들은 20여 년 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에 자리를 잡기 시작해 금천구와 관악구로 세력을 넓혔다. 이어 서울 남서쪽의 위성도시인 안산시, 특히 단원구를 중심으로 차이나타운을 만들었다.

중국인들은 이를 하나의 축으로 삼은 듯 광명시, 부천시, 인천광역시,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평택시 등으로 차이나타운을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아산시와 천안시에도 중국인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고 원주민들은 전한다. 서울의 경우 중국인들은 영등포구를 넘어 동작구와 용산구로까지 거주지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불법체류자 감시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중국인 밀집거주 지역은 단순히 중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니라 관광객으로 들어온 중국인이 불법체류를 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곳이고 지적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조선족을 포함 중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약 63000명이다.

유커로 위장한 불법체류자, ‘초한전위한 발판 될 수도 있어

유커를 말하면서 중국인 밀집거주지역과 불법체류자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초한전때문이다. 앞서 말한 차이나타운은 대상 국가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펼치는 데 필수다. 차이나타운의 전제 조건은 많은 중국인이다. 하지만 중국인은 다른 나라에 입국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인에게 사증(비자)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국가들의 경우 관광조차 비자를 받아야만 허락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커유치를 이유로 중국인 관광객에게 제한적인 무사증 입국을 허용해 왔다. 제주가 대표적이다. 또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적 행사가 있을 때 한시적인 무사증 입국을 허용했다. 그런데 이렇게 들어온 유커가운데 적다고 볼 수 없는 수가 불법체류자로 남는다. 제주도는 2002년부터 유커에 대해 무사증 입국을 허용했다. 하지만 유커의 단체관광이 한 번 있을 때마다 여러 명이 대열을 이탈해 사라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일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난다.

유커가 모두 관광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과거 언론보도에서도 드러난다. 2018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전담하는 관광업체 A사에 대해 지정을 취소했다. 문체부가 중국 관광객 유치 전담 여행사를 지정하고, 업무 시행 지침도 만들어 배포하는 이유는 유커랍시고 들어온 중국인들이 여행 중 사라져 불법체류자가 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만든 지침에 따르면 전담 여행사가 유치한 유커가운데 여행 중 이탈한 비율이 분기별로 평균 1%를 넘으면 전담 여행사에서 제외한다. 0.6~1%4개월 간 유커 관련 업무를 정지시키고, 0.2% 미만이면 시정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A사의 경우 20172분기 50%, 3분기 30.4%나 됐다.

중국의 특정 여행사에서 보낸 사람들 가운데서 이탈자가 계속 발생했고, 향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A사를 전담 여행사에서 제외한 것이다. 게다가 A사는 법무부가 통보하기 전까지는 이탈한 유커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중국 측 여행사의 말만 믿었던 것이다. 이후 A사는 소송을 통해 문체부의 전담 여행사 지정 취소에 대한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을 했다. 하지만 201812A사가 유치한 유커 454명 가운데 304명이 이탈했다. 결국 A사는 전담 여행사에서 배제됐다.

2016년 6월 제주해경에 검거된 불법체류자들. 제주는 ‘유커’를 가장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주요 루트 가운데 하나다. /연합
2016년 6월 제주해경에 검거된 불법체류자들. 제주는 ‘유커’를 가장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주요 루트 가운데 하나다. /연합

코로나 대유행 때 불체자들, 자진 귀국…中 공산당 두려워해서

유커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는 중국인들은 돈벌이가 목적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20173월 상순 제주도에서는 불법 체류하던 중국인 1473명이 자진 출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직후였다. 당시 언론은 "중국의 한한령 때문에 입국하는 유커가 대폭 줄어들자 일자리도 사라지면서 결국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유커로 들어온 불법 체류 중국인들의 자진 귀국은 2020년에도 있었다. 20203월 초순 중국발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자 제주에 머물던 중국인 불법체류자 200여 명이 동시에 귀국하겠다고 몰려들었다. 2월 초부터 계산하면 이때까지 500여 명의 중국인 불체자가 귀국했다. 같은 해 8한라일보보도에 따르면 2월부터 6월 말까지 본국으로 돌아간 불체자는 2433명이었다. 이 가운데 2406(98.4%)이 중국인이었다.

이때도 국내 언론은 일자리 감소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던 중국 당국이 해외에 오래 거주하는 중국인의 귀국을 코로나 유행 종식 때까지 막을 가능성이 커지자 서둘러 귀국했다는 지적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코로나의 기원이 미국이라고 주장하면서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귀국을 엄격히 제한했다가 202212월에야 풀었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중국 공산당의 정책과 지침을 지상 최고로 여기고 철저히 따른다.

헝다그룹파산 등 경제 위기 조짐 보이자…中 대규모 유커허용

최근 유커들이 대규모로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조짐은 코로나 대유행 때와는 다르다. 이를 최근 중국 경제와 함께 보면 의문이 생긴다. 혹시 중국 공산당이 고위 간부 가족들을 활용해 주요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의도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 간 공산당의 계획대로 발전했다. 부동산 개발로 자산 가치를 높이고 내수 시장을 키우고,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을 자처해 일자리를 만들어 소비력을 증대시키고, 이렇게 늘어난 자산과 소비력에다 분식회계를 통해 외화보유고를 급속히 늘렸다. 이후 지금까지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부동산이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업계가 사실상 멸망했다는 평가는 2021년부터 나왔다. 이때 언급됐던 헝다그룹이 지난 17(현지시간) 미국 뉴욕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헝다그룹의 부채 규모는 3000억 달러(401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세계 금융기관에서는 중국 경제 붕괴의 서막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붕괴할 경우 위안화는 휴지 조각이 된다. 위안화 환율이 아직 어느 정도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을 때 이를 달러나 엔, 유로 등으로 바꿔 해외로 빼돌려야 중국 공산당의 통치권도 유지가 가능하다.

지난해 사실상의 코로나 대유행 종식 이후에도 해외여행을 제한했던 중국 공산당이 최근에 갑자기 거의 모든 해외여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실은 경제위기에서 당의 자산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음모론에 가까운 지적이지만 중국 경제의 추이에 따라 의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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