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많은 사람들이 호남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호남이 민주화의 유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호남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한 기여이다. 영남을 중심으로 한 우파 진영이 산업화의 주역이라는 긍지를 가진 것과 비견할 수 있다. 1987년 6공화국의 성립에서 광주 5.18의 희생과 호남인들의 민주화 투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호남이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는 것도 6공화국 헌정체제 성립의 주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피에는 값이 따르기 마련이며, 공이 있는 자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 정치권에서 호남이 누리는 일종의 특권을 국민들이 용납해온 것도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광주의 자랑이던 민주화가 어느덧 좌경화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5.18이 이제 민주당과 좌파의 집권 연장을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이 지지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도 이제 노벨평화상의 아우라를 벗을 때가 됐다. 햇볕정책은 북핵과 미사일로 돌아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악몽이 되고 있다. 더욱 끔찍한 것은 햇볕정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격하하고 북한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적반하장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우울한 현실의 배경에 호남의 영향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호남 정치의 실패를 알리는 경고음이다. 그리고 이재명의 등장과 더불어 그 경고음은 이제 최종적인 파열음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이재명처럼 갖가지 악덕을 집약해놓은 정치인도 흔치 않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등장한 범죄형 대통령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인 호남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부끄럽다’ ‘도저히 이재명만은 지지할 마음이 안 생긴다’는 발언이 적지 않다.

사법부의 심판을 받지 않은 대장동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그의 주위에는 성남시의 국제마피아 등 조직폭력배와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친북 반국가 이념집단이 포진해 있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형수 어쩌구 하는 패륜 욕설은 차라리 어린아이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재명이 집권할 경우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범죄집단이 정부를 점령한 사례가 될 것이다.

호남은 1980년 이후 정치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해왔고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지금 그 고립이 재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재명 때문이다. 이재명의 지지 기반은 사실상 호남과 그 출향민으로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호남이 이재명을 선택하면 그 고립은 회복 불가능해진다.

민변 출신 변호사이자 <조국 흑서>의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가 얼마 전 취중 페북에 "혁명을 논하고 평등한 세상을 갈망하고 동지들의 분신을 잊지 말자고 했던 언약의 귀착점이 고작 이재명이냐"고 절규했던 것이 호남을 민주화의 동지로 여겼던 진보 인사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호남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호남 자신을 위해 호남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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