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지배전략 ‘초한전’] ⑬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시진핑 3기 ‘독재 체제’ 겉으론 공고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취약
통제 강화·장기 불황에 불만 쌓여...내부 반발 대외로 유도 가능성
韓, 대응전략 전무...사회 전반 中 과대평가로 인한 저자세도 문제
尹정부, ‘차이나 리스크’ 심각성 감안한 대응전략·정책 마련 시급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는 의미 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전혀 대응책이 없는 우리나라 정부에게 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세미나였다.
◇중국 전문가 "중국이 직면한 문제의 핵심 원인은 시진핑"
‘자유통일을 위한 국가 대개조 네트워크’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의 핵심 주제는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대한 대책이 없다.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침투에 맞설 대책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한용섭 국제안보교류협회 회장은 중국을 과대평가하며 저자세를 취하는 우리나라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1세션 발제를 맡은 김상순 국제안보교류협회 이사는 현재 동아시아 지정학적 환경이 탈냉전에서 신냉전으로 접어들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신냉전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다자안보체제를 지적했다.
김상순 이사는 그러면서 중국 내부 문제를 지적했다. 중국이 직면한 문제의 원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된 뒤 과학기술, 금융, 사이버, 사회 등 4개 분야에서 중국 공산당의 통제가 강화됐다고 김상순 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한 중국 인민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며 그 근거로 ‘백지 혁명’으로 알려진 반체제 운동 확산을 꼽았다.
중국 내부적으로 인민들의 이런 불만이 점점 쌓여갈 경우 중국 공산당이 외부 침공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 공산당의 침략이나 침투에 맞설 전략이 전무하다고 김상순 이사는 지적했다. 김상순 이사는 "우리나라는 여기에 더해 다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 역할론이 과장돼 있는 점, 중국 눈치를 보는 저자세 외교, 과도한 정치적 고려로 대외정책을 결정하면서 전문가를 반복적으로 배제하면서 스스로 협상력을 잃어버린 점, 대통령실 주도의 한중관계 전개로 외교 전문가들이 들러리로 전락한 점, 외교·안보·통일·경제·산업 등 각 분야의 전략적 소통 부재, 사드 보복 공포에 매몰돼 아직도 중국에 당당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상순 이사는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한 한중 관계는 초기의 적대적 대립 관계, 중기의 협력적 경쟁 관계에 이어 최근에는 대등한 경쟁 관계 단계에 진입했다"며 "윤석열 정부부터는 (중국에게) 당당한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외교 전략을 역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이어 "다만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워싱턴 선언도 성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온건파 숙청하고 남은 강경파들 충성 경쟁…극단적 행동 우려"
2세션 발제는 ‘초한전’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가 맡았다. 이지용 교수 또한 ‘중국 리스크’의 원인으로 시진핑을 꼽았다. 그는 시진핑 집권 3기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지용 교수는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1인 독재 체제고, 경제적으로는 공산당과 국가가 운영하는 체제, 사회적으로는 디지털 전체주의 통제관리가 강화되고, 대외적으로는 중화민족주의를 바탕에 깐 공격적 행태(전랑외교)로 분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건파를 몰락시킨 시진핑은 권력은 공고히 했지만 국내외 정치·경제, 사회적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경직되고 공세적인 정책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이 교수는 전망했다.
시진핑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이유는 개혁·개방 이후 이어져 오던 집단지도체제가 붕괴하고 이를 대체하는 지도부는 온건파 없이 강경파만 남은 데다 이들이 시진핑에게 충성경쟁을 하면서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이지용 교수는 분석했다.
집권 이후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권위를 헌법과 공산당 강령에도 집어넣을 정도로 권력을 강화한 시진핑을 당 내에서 견제할 수가 없게 됐고, 온건파와 반대파를 대규모 숙청하면서 나타난 공포 분위기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보고할 수 없을 정도이고, 이는 결국 과도한 충성 경쟁과 정책의 경직성이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게다가 시진핑 집권 후 ‘반부패 숙청’을 시행하면서 공산당과 정부 간부들의 복지부동이 심해져 시간이 흐를수록 당의 이념, 노선, 정책 집행에서 독단과 경직성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도부 체제 변화는 장쩌민 시대 때 고착된 엘리트 권력 게임의 제도화를 깼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집단 지도체제를 통해 권력 이양·승계를 하는 나름대로의 제도, 즉 마오쩌둥 시기 문화혁명으로 인해 퇴행한 데 대한 교훈에 따라 만든 제도를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과거 (집단 지도) 체제는 정당성을, 마오쩌둥은 카리스마와 정치적 권위 등을 갖고 있었지만 시진핑은 그런 게 없다는 점도 문제"라며 "이런 이유로 시진핑 체제는 겉으로는 공고해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진핑의 ‘전 과정 민주’ ‘공동 부유’ 등은 전체주의 실현 목표
이지용 교수는 시진핑 체제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로 사회·경제 정책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시진핑은 ‘전 과정 민주’, ‘공동 부유’, ‘쌍순환’ 등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경제 기조로 제시했다.
‘전 과정 민주’란 사회의 모든 의사 결정 상황을 공산당이 감시한다는 뜻이다. 시진핑은 집권 후 ‘디지털 1984’라 불릴 정도로 ‘디지털 전체주의 사회’를 구현하려 노력 중이다. 여기에 더해 정치 권력까지도 이렇게 통제하려는 게 시진핑의 생각이라고 한다.
‘공동 부유’와 ‘쌍순환’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 이전의 경제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개혁·개방을 통해 공산당의 지배와 통제에서 벗어난 경제활동을 다시 당의 통제로 끌어들이고, 자유진영의 시장경제 질서에서 떨어져 ‘자립경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중국 공산당은 ‘1산업 1국영기업’ 기조에 따라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중국의 실제 성장 동력과 생산성은 2006년에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그 후 성장은 모두 부채에 의한 것으로, 결국 2018년부터 ‘부채 만리장성’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며 "현재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중국 경제는 불황 장기화가 예정돼 있으며 최악의 경우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중국 인민의 전면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은 내부 불만을 대외적으로 분출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더 이상 ‘안미경중’ ‘균형외교’ 전개할 수 없어…대책 마련 시급"
이런 시진핑 체제의 문제로 국제질서가 이미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신냉전 질서의 특징을 정리했다. 먼저 냉전의 중심이 구소련에서 중국으로 옮겨왔고, 양 진영이 정치·경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안보 분야의 경계가 전통적인 부문에서 전통적인 부문과 비전통적인 부문이 혼재되는 양상을 보이며,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을 제외하고는 양 진영의 구분이 불명확하고, 과거 소련 측이었던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자유진영이 편입됐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신냉전 질서에서 중국이 팽창정책과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노골적 도전을 계속하면서 이를 차단하려는 자유진영의 연대와 결속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이 교수는 내다봤다. 실제 미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패권 정책을 차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반중 연대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쿼드’와 ‘오커스(AUKUS) 결성이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균형외교’ ‘안미경중’ 등의 외교 전략은 전개할 수 없는 환경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체제와 성격, 실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차이나 리스크’의 심각성을 감안한 대응전략과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방부는 가속화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견제할 수 있는 군 전력 발전과 전략 개념 수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