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부터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 정지 의무를 어기는 차량 운전자에 대한 본격 단속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동안 우회전은 ‘알아서’ 하던 습관에 젖어 있던 사람들은 이제 법을 따라 움직여야 하겠다.
말이 나온 김에 교통문화에 대해 필자의 경험담을 얘기하려 한다. 자동차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도 일시 정지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직진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할머니는 빠르게 다가오는 차에 놀라서 급하게 피하려다 넘어졌다. 잘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물론 최근에는 많이 개선된 것 같긴 하지만,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차들이 아직도 있다. 신호등이 바뀌기 전에 먼저 건너가려고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 오히려 속도를 내는 차도 많다.
필자도 할머니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버스를 내리는 중인데 차가 먼저 출발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넘어지고 말았다. 운전기사는 그냥 가버렸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정거장에서 기다리던 버스가 너무 빨리 출발해 놓친 기억도 여러 번 있다.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9살 어린이가 숨진 사고의 충격도 가시지 않는데, 인근 지역에서 또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에 한국도 미국처럼 음주시동잠금장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잠금장치 사용으로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가 19% 감소했다고 하지만, 의무화는 잘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시민의 일상적인 행동을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만 규제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법으로 잠금장치를 의무화할 정도로 한국 국민의 도덕성이 떨어진다는 말인가? 음주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기 전에 다시 한번 자율적으로 음주운전을 줄일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하겠다. 음주운전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날 수 있는 범죄인지 알리는 광고, 캠페인 등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기본 교육이 중요하다.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간다는 것을 몸소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시민의식이 향상되지 않는 채 법으로 규제받는 일에 익숙해진다면, 규제 범위는 점점 확대될 것이다. 디지털 감시 시스템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까지 침해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기계보다 더 정밀한 ‘양심’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국민의 일상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최대한 개개인의 자율성에 맡기되, 개개인도 엄격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