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은행 직원들의 성과급 규모도 기본급의 300∼400%에 달할 만큼 커졌다.
벌어들인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 국민들의 빚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 가운데 은행만 ‘이자장사’로 배를 불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5억원의 전세자금대출과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A차주는 월 이자부담이 2021년 1월 135만5000원에서 올해 1월 285만4000원으로 2년 새 150만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4억6600만원과 신용대출 1억원을 받은 B차주의 월 원리금 합계는 218만3000원에서 336만9000원으로 119만원 정도 늘어난다.
만일 올해 상반기 또 한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면 이자부담과 원리금 합계는 더 불어난다. 이에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한 유동성 공급과 영업시간 정상화 등 은행에당연히 기대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출금리 인하, 예대마진 축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16조5557억원으로 2021년 대비 13.8%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은행 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불어난 영향이다.
당분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도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17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전망치 대비 4.1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을 둘러싼 공공성과 시장성 논란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오래된 논란거리 중 하나다.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은행이 기본적으로 정부의 진입 규제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때처럼 위기가 발생할 경우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를 공적자금으로 투입해 은행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온 만큼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은 증시에 상장돼 민간 주주들이 지분을 보유한 엄연한 사기업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고, 이를 다시 주주에게 배당하는 만큼 은행 역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은행의 공공성과 시장성을 모두 인정하는 편이다. 헌법에 은행의 공공성을 직접 명시한 조항은 없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은행의 공공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은행법 1조에도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문제는 공공성을 확대한다며 금융당국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가 여부다. 지난해 은행채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확보에 나서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제2금융권의 자금 압박 등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출금리가 고공비행하는 가운데 예금금리만 묶이자 소비자의 불만이 커졌고, 이후 금융당국은 다시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인위적 개입으로 금리체계 왜곡은 물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린 상황에서 당연히 올라가야 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오히려 떨어지면서 통화정책이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의 돈으로 운영되는 보험사와 카드사 역시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에 나서자 공공성과 시장성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카드사 역시 사상 최대인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보험사와 카드사는 연봉의 최대 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해 5000만원을 받는 직원들도 적지 않아 금융당국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