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항공여객 수요 급감으로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 새해 국내 항공사들은 고성장이 예견되는 화물운송으로 보릿고개를 넘기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김석구 기자

지난 2년간의 글로벌 팬데믹으로 항공업계는 십자포화를 맞았다. 하늘길이 닫히면서 매출의 핵심인 여객수요가 급락한 탓이다. 이런 항공 여객시장의 경직은 국내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화물수송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꿔 여객수요 매출 감소분을 상쇄한 반면 여객수요 의존도가 절대적인 저비용항공사들은 코로나19의 늪에 더 깊이 빠져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올해도 여객수요 회복은 가시권 밖이다. 이에 국내 항공사들은 하나같이 새해 승부수로 ‘화물’을 정조준하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사의 항공 여객은 총 3511만명(12월 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전년의 3495만2000명 대비 0.45%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424만5000명과 비교하면 37.2%에 불과하다. 특히 국제선이 심각하다. 지난해 여객수가 174만7000명에 머물러 2019년의 6085만8000명보다 97.1%나 줄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위기의 돌파구를 화물에서 찾았다. 선박 부족으로 늘어난 항공화물 수요에 대응해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을 싣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방역물자와 반도체, 휴대폰 등을 실어날랐다.

이 전략은 통했다. 증권업계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2020년 1089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13배 퀀텀 점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1~3분기 누적 7599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는 화물운임 강세로 66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하는 등 화물사업에 힘을 쏟아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2439억원을 기록 중이다. 4년 만에 첫 영업적자 탈출이 확실시 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양사의 화물 매출 비중이 3분기 기준 각각 76%, 71%까지 확대됐다"며 "운임 고공행진이 이어져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형항공사가 화물이라는 날개로 비상했다면 저비용항공사들은 추락을 거듭하며 2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저비용항공사 대부분이 대형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글로벌 항공화물 시장의 성장을 바라만 봐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저비용항공 4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총 67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제주항공 2498억원, 진에어 1538억원, 에어부산 1479억원, 티웨이항공 1192억원 등이다. 4분기도 각사별 수 백억원의 영업손실이 예고돼 있다.

이로 인해 저비용항공사들은 지난해 정부 지원이나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통해 간신히 재무적 위기를 넘겼다. 일례로 제주항공은 2020년 정부에서 1900억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올해도 15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추가 지원받기로 했다. 또 제주항공은 2020년 8월과 지난해 11월 각각 1506억원, 20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심폐소생을 했다. 외부자금 수혈로 2년을 넘겼지만 이제는 한계 상황이라는 업계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다.

현재 글로벌 항공 여객수요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하고 있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세계 항공 여객수가 2019년의 88%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항공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재현 한국교통연구원 센터장은 올해도 국내선 여객이 2019년 대비 단 4.2% 증가하고, 국제선도 최대 45% 회복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항공사들은 화물 부문에 새해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항공화물 시장의 성장만큼은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익성과 직결되는 항공화물 운임 역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홍콩-북미 노선의 경우 2019년 12월 kg당 3.62달러에서 지난해 11월 11.54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를 금지한 것도 큰 호재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저비용항공사들도 국내외 화물수송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상반기 중 국제선 화물 운송량을 높여줄 중대형기 3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며,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프랑스 ECS그룹과 국제선 화물 총판 계약을 맺고 화물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플라이강원도 지난달 화물사업 자회사를 설립하고 면허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달 1일부터 제주-대구 노선에서 하루 1톤의 제주산 농·수산물 수송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 LCC의 화두는 화물사업을 중심으로 한 버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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