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은 왜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타이밍에 맞춰 자신의 딸을 세상에 공개했을까? 통통한 얼굴에 자기처럼 듬직한 체구를 가진 딸이 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고 싶어 했을까? 발사 장면을 보면 자신의 업적을 존경하고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라 생각했을까?
이제 10대 초반인 김정은 딸이 아직 후계자 후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북한 국영 언론이 사진을 배포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녀는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의 세 자녀 가운데 둘째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북한 방문 중 소녀를 껴안고 ‘주애’라고 부른 적이 있다.
김정은이 딸을 공개한 것을 보면, 그는 화성-17을 내놓는 것 못지않게 후계구도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미사일 프로그램을 물려받은 것처럼, 다음 세대로 미사일 프로그램과 그의 영광이 전해 내려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사일 개발에 있어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6년 전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당 의원은 NK뉴스에 "김정은이 딸을 공개한 것은 대대로 핵보유국이 된다는 뜻"이라며 "세계는 북한 비핵화의 꿈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김주애(딸 이름이라 가정)는 환호하는 북한군 앞에 선 김정은 바로 옆에 있다. 1만5000㎞를 날 수 있는 화성-17 미사일 성공을 공식 확인하는 북한군 앞에서 김정은은 왼팔로 김주애를 감싸안고 있다. 또 발사 전 미사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부녀의 모습도 포착됐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나 동생 김여정, 그리고 김정은의 다른 자녀들은 거기 끼지 못했다. 오직 딸에게만 초점을 맞췄다. 김주애의 등장은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 명단에 올라있다는 소문을 잠재우게 한다. 만약 김여정이 후계자 후보였다면, 김정은은 김여정을 발사대에 데려갔을 것이다.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김여정은 문재인의 화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0년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포함해 미국과 한국에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김정은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는 김여정의 존재감을 알린 행동들이다.
하지만 후계자는 또 다른 얘기다. 후계자는 김정은의 자녀 중 한 명에게 돌아가야 한다. 김정일은 북한 왕조의 창시자 김일성을 계승했고,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또 이를 계승했다.
그렇다면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북한에서 딸이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NK 뉴스는 익명의 탈북자 말을 인용해 "김주애는 혈통 덕분에 가부장적이고 남성 지배적인 북한 지도부의 진입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주민 인권을 전담하는 박석길 북한 자유국장은 NK뉴스에 "왕족으로 권력을 물려받는 여왕과 유사하게, 혈통을 통해 가부장제를 능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김여정을 제외하고 고위직에 오른 여성은 김일성과 가까운 전직 총리 최영림의 수양딸 최선희 외교상, 모란봉악단 현송월 단장 정도다. 오직 최고 수준의 혈통과 인맥으로 연결되는 아주 적은 수의 여성들만 가능했다.
앞으로는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현장에 나타날 때마다 김주애가 함께하는지부터 보게 될 것이다.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다른 행사에 또 나타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의 기술자들과 물리학자들은 미사일 끝에 탄두를 장착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아직 7차 핵실험을 지시하지 않은 것을 볼 때, 그는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전술핵에 집중하고 있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