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보들리 도서관장 저서 '책을 불태우다'

책과함께, 440쪽. 이재황 옮김.

내년 1월 초 출간될 ‘책을 불태우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보들리 도서관 관장 리처드 오벤든의 저서다. ‘고대 알렉산드리아부터 디지털 아카이브까지-지식 보존과 파괴의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날 급변하는 환경 속 ‘책·도서관’의 존재 의미와 역할을 성찰한다. 기록물은 인류의 지식과 역사의 보고(寶庫)지만, 오늘날 책·도서관이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집필동기다. 방대한 기록·자료가 디지털·온라인으로 생성·유통된다. 도서관이 여전히 지식과 기억을 보존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 또한 SNS 등 플랫폼이 모두 거대 사기업 소유·비즈니스라는 현실을 저자는 우려한다. 공공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데이터 보존에 힘쓰리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쇠퇴한 까닭이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임을 일깨우며, 디지털·온라인 데이터의 보존·관리에 대한 공론화를 역설한다. 아울러 우리에게 늘 도서관·기록관이 필요한 이유를 5가지로 요약해줬다. ◇사회 전체 및 그 안의 특정 공동체의 교육 지원 ◇지식·사상의 다양성 제공 ◇시민의 행복과 개방사회의 원칙 뒷받침 ◇투명성·검증·인용·재생력을 통한 진실·거짓의 판단 ◇각 사회의 문화적·역사적 정체성 확보 등이다.

지난 14년간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1172개(2020년 시점), 2007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인구수·1인당 GDP와 깊은 관계가 있다. 2020년엔 지자체 소속 위탁 운영 공공도서관이 229개, 2007년 18.8%에서 25.1%로 올랐다. 그러나 어떤 변화가 닦칠지는 미지수다.

지식의 집적이 사회의 유지·발전에 중요하다는 관념은 오래 됐다. ‘한 사회 지식의 집적체’라는 상징성 때문에 도서관이 파괴당하기도 했다. 저자가 있는 옥스퍼드대 보들리 도서관 역시 역사적 수난을 겪었다. 종교혁명기, 신·구교 갈등 속에 많은 수도원·대학 도서관이 파괴될 때 옥스포드대의 도서관 장서 96.4퍼센트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사재를 털어 도서관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한 게 토머스 보들리(1545~1613)였다. 장서뿐 아니라 도서관의 체계화까지 이뤄 현대적 도서관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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