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이정재가 미국을 대표하는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스타워즈:애콜라이트’에 캐스팅됐다. 그런가하면 봉준호·박찬욱 감독 신작에는 출연을 원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줄을 섰다.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대표적이다. 영화에 있어 한국은 이제 아시아 변방의 국가가 아니다. 상업영화의 중심 할리우드와 한국 사이에 초고속 시네마라인이 형성되고 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배두나.
'클라우드 아틀라스' 배두나.

할리우드 영화 속 한국 배우들

이정재는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스타워즈: 애콜라이트’에 캐스팅, 이미 영국에서 촬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콜라이트’는 ‘스타워즈: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험’의 100년 전 이야기다. 이정재 배역은 비밀에 붙여졌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백인 위주로 흘러간다. 그나마 모건 프리먼·덴젤 워싱턴 등의 활약으로 흑인배우들은 자리를 조금 잡았다. 하지만 아시아계 배우는 기껏 개성 강한 캐릭터 아니면 인종 배분 차원에서 설정한 배역에 등장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두드리면 열린다. 그래서 이정재까지 그 문이 열렸다.

처음 두드린 배우는 박중훈. 박중훈은 1998년 영화 ‘아메리칸 드래곤’에서 공동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을 깜짝 전했다. 이어 ‘찰리의 진실’(2003)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그게 끝.

다음 주자는 가수 비, 배우 정지훈이다. 피지컬이 좋은 정지훈은 워쇼스키 자매(이들은 형제에서 남매, 남매에서 자매가 됐다. 둘 다 시차를 두고 성전환 했다) 감독의 ‘닌자 어쌔신’(2009)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그 역시 그걸로 끝.

워쇼스키들이 다음 선택한 배우는 배두나. 일본 영화 ‘공기인형’(2010)에서 독특한 개성을 선보인 배두나를 눈여겨봤다.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주피터 어센딩’과 드라마 ‘센스8’ 시리즈 등을 워쇼스키들과 함께 했다.

액션영화에서 열일한 배우는 이병헌.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 악역 출연을 시작으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액체로봇 T-1000 역을 맡았다. 이어 ‘레드 더 레전드’ ‘매그니피센트 7’ 등에서 브루스 윌리스 등 유명 액션배우들과 연기합을 맞췄다.

‘올드 보이’ 최민식에게 러브콜을 보낸 감독은 ‘레옹’ ‘제5원소’ 등을 연출한 뤽 베송이다. 뤽 베송은 한국까지 찾아와 최민식에게 공을 들였다. 결국 최민식은 스칼렛 요한슨 주연 ‘루시’ 초반에 악역으로 등장했다.

MCU(Mavel Cinematic Universe)에 처음 입성한 배우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수현이다. 이어 마동석이 한국 최초 마블 히어로가 됐다. 마동석은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출연하는 ‘이터널스’(2021)에 오디션 없이 캐스팅됐다.

☞Who’s next?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 배우 주연작은 아직 없다. 그래도 언젠가 누군가는 그 문도 열 것이다. 지금까지 이룬 것도 예전에는 넘사벽이었다. 그리고 예전보다 그 문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한국 감독 연출작 속 할리우드 배우들

한국 배우들만 할리우드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니다. 난다긴다 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너도나도 한국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또는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헤어질 결심’이 칸영화제 감독상,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을 받은 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우선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박찬욱 감독의 HBO max 드라마 ‘동조자’(The Sympathizer)에 프로듀서 겸 주연으로 출연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12년 만에 MCU를 떠났는데, 이 드라마는 이후 선택한 첫 작품이다. 그의 출연료는 에피소드 당 200만 달러(약 23억5000만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산드라 오도 출연한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산드라 오는 2005년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2019년 ‘킬링 이브’로 미국 배우조합상 여배우상을 수상했다. 2020년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수상하자 감격에 겨워 박수를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동조자’는 미국과 베트남의 이중첩자로 살았던 한 남자 이야기다. 베트남계 미국인 교수 비엣 타인 응우엔이 쓴 동명소설이 원작. 이 소설은 2016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에드거상, 펜포크너상 등 9개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7부작으로 제작되는 드라마의 촬영은 11월부터 시작됐다.

박찬욱 영화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있다면 봉준호 영화에는 로버트 페틴슨이 있다. 히트작 ‘트와일라잇’ 주연배우 페틴슨이 출연하는 봉준호 영화는 ‘미키7’(Mickey7·가제). 에드워드 애슈턴이 지난 2월 출간한 동명 SF소설이 원작이다. ‘미키7’은 얼음 세계인 니플하임을 식민지화하고자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복제인간이 주인공이다.

페틴슨 외에도 호주 출신 배우 토미 콜렛, ‘설국열차’ 출연 이후 봉준호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틸다 스윈튼이 출연한다. ‘미나리’를 제작했던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을, 워너브라더스가 배급을 맡는다. 이미 8월부터 영국에서 촬영에 들어갔으며 2023년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Who’s next? 한국 감독들은 이 길을 놓느라 100년이 걸렸다. 한국영화 시발점부터 따지자면 말이다. 미래의 영화인들은 이 길을 주저없이 달리면 된다. 단 과속스캔들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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