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국가연극원에 보낸 서신에서 "인문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 강조
中 배우 '외국 국적' 표기 의무화...한국·대만 등 연예인 활동 제약 우려

2020년 유역비, 이연걸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뮬란’ 포스터. 시진핑 국가주석 방침에 따라 중국 대중문화계가 ‘정풍운동’에 휩싸였다. 드라마 영화 제작시 배우·제작진 국적표기를 의무화, 외국 국적 배우들 활동에 제공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제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침에 따라 중국 대중문화계가 ‘정풍운동(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 쇄신운동)’으로 어수선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와 스태프 중 외국 국적을 가진 경우 자막에 국적 표기를 의무화해 ‘검은머리 외국인’ 색출이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몸과 마음을 다해 중국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야 한다. 시대와 인민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2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국가연극원 단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단원들이 시종일관 당의 문예 방침과 정책을 따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예술가들은 무대 위에서 묵묵히 노력·봉사해 도덕적이고 온기 있는 훌륭한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 "시대와 인민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들이 신세대 문예사업의 번영과 국민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시 주석의 ‘정풍’ 의지를 보여준다. 지난 14일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 제11차 전국대표대회와 중국작가협회 제1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연설에서도 문화·예술계 도덕성에 대한 시 주석의 강한 언급이 있었다.

중국 광전총국(國家廣播電視總局, 영상심의위원회)은 지난 22일 드라마 시작 또는 엔딩의 등장인물 소개 자막에 외국 국적 출연자·제작진의 국적을 명시하라는 내용의 ‘드라마 제작규범’을 발표했다. 특히 대만·홍콩·마카오 국적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당국이 국적표기 의무화를 공표하면서 외국 또는 대만 출신 연예인의 중국 내 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뮬란’의 류이페이(劉亦菲유역비)를 비롯해 ‘황비홍’ ‘동방불패’ 등으로 유명한 홍콩 액션스타 리롄제(李連杰이연걸)·장톄린(張鐵林)·웨이웨이(韋唯)·쑨옌쯔(孫燕姿)·대만의 왕리훙(王力宏)·판웨이보(潘瑋柏)·자오유팅(趙又廷) 등 외국 국적 배우들 모두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정풍운동’의 일환이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퇴출을 넘어 대중문화를 철저히 당의 통제 하에 두려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풍운동은 탈세 사건의 판빙빙과 정솽(鄭爽), 성폭행 사건 당사자인 EXO 출신 크리스(중국명 吳亦凡우이판) 등 톱 스타들에 대한 퇴출과 고강도 벌금형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 ‘정풍운동’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시절의 ‘문예강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문예정풍’이 긍정적 결과를 낳은 적은 없다. 중국을 10년간 ‘동란’ 상태에 몰아넣고 사회를 총체적으로 망가뜨린 문화혁명의 도화선 역시 문학작품의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풍’이었다. "모든 문학 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는 원칙은 쉽사리 ‘정풍’으로 번졌고, 그 한가운데 늘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있었다. 중국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어떤 의미에서도 혁명 및 사회적 진보가 될 수 없다"는 공식 평가를 내렸으나, 돌연 작년부터 "국가적 재앙이며 공산당 지도자들에 의해 잘못 도입돼 반(反)혁명 집단에게 이용당했다"고 전면 수정했다.
 

유역비·이연걸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뮬란’ 포스터. 2020년 9월 개봉했다. /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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