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기독교계와 보수 시민단체들이 지난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가 추진 중인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을 강하게 반대하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특히 같은 날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반대 행동을 이어갔다.
이들은 제주평화인권헌장이 사실상 선포만 남은 상태에서 도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강행되고 있다며 도민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편향된 인권 규범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평화인권헌장안은 지난 9월 열린 제주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제13차 회의에서 가결됐으나 제2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행정검토의견을 반영할 것과 도민에게 제정안을 충분히 알리는 과정 등을 요구하는 두 가지 부대의견이 붙었다. 기독교계는 이러한 부대의견이 사실상 이행되지 않은 채 제주도가 서둘러 선포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된 것은 헌장안 제2조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과 동일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독교계는 이러한 규정이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행위에 대한 신앙적 비판까지 혐오 표현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도민의 양심과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까지 차별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인권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양심 탄압"이라며 "자녀에게 건전한 성윤리를 교육하는 일조차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제정위원회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위원 대부분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성향을 가진 인사들로 채워졌으며 반대 입장이 뚜렷한 기독교계와 보수 시민단체는 배제돼 절차적 평등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편향적 인선은 오영훈 도지사가 특정 인권 이념을 가진 인물들에게만 권한을 부여한 결과라고 주장하며 이는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 기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년 넘게 도청 앞에서 장기 피켓 시위, 천막 농성, 삭발식, 단식, 대규모 연합 집회 등을 이어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 왔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여론을 외면한 채 제정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도민의 반대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제주평화인권헌장에 대한 도민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제이가 지난 9월 5일부터 6일 사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도민의 67%가 헌장안의 핵심 내용인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포함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제정에 대해 반대가 48%로 찬성 32%보다 높았다.
이와 함께 트랜스젠더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한 여론에서도 도민 다수가 생물학적 성 기준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 목욕탕과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에 대해 각각 76.3%와 75.0%가 반대했다. 기독교계는 이러한 조사 결과가 도민의 상식과 양심이 젠더 이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집회와 기자회견에는 제주시기독교연합회, 제주거룩한방파제, 선한이웃봉사단, 성시화운동본부, 서귀포시기독교교회협의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제주노회(통합)남선교회연합회, 제주노회(통합)바른사회문화대책위원회, 제주노회(통합)장로회연합회, 제주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 제주바른여성인권연합, 제주서남기독교교회협의회, 제주에이즈반대본부, 제주자유연대, 제주재능기부, 제주지킴이 운동본부, 제주도민연대, 제주특별자치도 기독교교단협의회, 제주 청소년 바로세움 제주지부 등 다수의 기독교계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제주가 전통적으로 건강한 가족 질서와 공동체 가치를 중시해 온 지역임을 언급하며, 헌장안이 이러한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갈등과 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무엇보다 절차적 정당성 훼손과 내용적 문제,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조항으로 인한 성윤리 혼란 가능성을 언급하며 제주평화인권헌장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도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오영훈 도지사는 불행하게도 도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려고 하지 않고 기회를 보면서 이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오영훈 도지사는 헌장 안의 문제점을 알고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오영훈 도지사가 지금이라도 헌장 안을 폐기한다면 도민과 소통하는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으나 강행할 경우 제주 사회에 많은 갈등과 분열을 일으킨 불통의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저지를 위한 연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도민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