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OM “공산주의 국가 기독교인들이 전형적으로 겪는 핍박 형태”

구소련 시대에도 자행...공산주의 국가의 ‘종교 자유 존재’ 보여주기용
실상은 공산주의 정부 규제 따르는 기독교인과 교회만 자유가 존재해
“기독교인 핍박 언급하지 않는건 예수님이 용납하시는 전도전략 아냐”

지난달 호치민시 푸토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집회 모습. /프랭클린 그레이엄 페이스북
지난달 호치민시 푸토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집회 모습. /프랭클린 그레이엄 페이스북

미국에 본부 둔 ‘빌리그레이엄 전도 협회’ 회장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지난달 4-5일 베트남 호치민시 푸토 스포츠 경기장에서 1만4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전도 집회를 열었지만, 이 집회에서 베트남의 핍박받는 성도들 이야기에 대한 언급되지 않아 일각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는 이번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전도 집회가 열리는 그 한 주 동안 베트남에서 일어난 4가지의 새로운 박해 사례를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VOMK 에릭 폴리 목사는 “각각의 사례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성도들과 관련이 있다”며 “이 성도들은 믿음을 부인하도록 압박을 받았고,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거나 폭행을 당하고 재산을 잃었다. 현재 베트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현상이 다른 공산주의 국가의 기독교인들이 전형적으로 겪는 핍박 형태”라고 설명했다.       

VOMK에 따르면 이는 구소련 시대에 자행됐던 핍박 형태로, 현재도 베트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의 정부는 자국에 종교의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그레이엄 전도 협회 같은 단체들을 초청해 대대적인 전도 집회를 연다. 

그러면 국제적인 복음주의자들은 공산주의 국가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칭송하게 되는데, 사실 공산국가에는 공산주의 정부에 등록하고 공산주의 정부의 종교 규제를 따르는 기독교인과 교회만 자유가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국무부는 1998년에 제정된 ‘국제 종교 자유법’ 조항에 의거해 베트남을 ‘특별 감시 목록’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의 종교의 자유 침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 종교 자유 위원회’는 2022년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극심하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가장 높은 수준의 종교의 자유 침해 국가인 ‘특별 우려 국가’로 지정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2021년 보고서에서는 “종교 운동가들은 베트남 당국이 정부 승인을 받은 종교 단체들을 ‘조종’하고 있으며, 정부 대리인이나 대행 기관이 미등록 종교 단체의 활동을 억압하기 위해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VOMK는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지난 3월 호치민시에서 전도 집회를 개최한 또한 사례로 보고 있다. 에릭 폴리 목사는 “그레이엄 협회는 자신들이 베트남 현지 교회의 초청을 받았고, 베트남을 방문하는 동안 종교의 자유에 대해 베트남 정부와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한다”며 “하지만 그레이엄 협회 웹사이트를 보면 그들은 그 행사를 허락해 준 정부 관계자들에게 환영 받았으며 베트남 당국자들을 칭송했다”고 전했다.

VOKM는 무엇보다 이번 전도 집회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베트남에서 핍박을 받고 있는 기독교인에 대한 언급이 누락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릭 폴리 목사는 “어떤 나라에서 기독교인들이 실제로 박해받고 있는데도 단순히 그 나라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예수님이 용납하시는 전도 전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VOMK는 그간 기독교인을 극심하게 핍박하고 있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전도 집회를 개최하려는 그레이엄 협회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에릭 폴리 목사는 “역사적으로 설교를 듣기 위해 그레이엄 협회를 초청하는 것이 공산주의 국가의 종교의 자유가 신장되는 일로 입증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84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구 소련 시절의 모스크바를 방문해 어떤 침례교회에서 설교할 당시에도 그레이엄 목사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소련 정부를 위해 기도하고 복종할 것을 촉구했고, 초청에 감사와 칭송을 표했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 기독교인 형제가 ‘노동수용소에 끌려간 200명 이상의 침례교 신자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고 묻는 현수막을 펼치자 2분도 안 돼 KGB 요원들이 현수막을 찢고 그 형제를 체포했었다. 그 형제는 감옥에서 2년을 보냈지만, 빌리 그레이엄 협회는 단 한 번도 그 형제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은 VOMK가 최근 베트남의 전도 집회 기간 동안 보고받은 4가지 핍박 사례와 요청한 기도제목이다. 

“한 달 전 즈음에 기독교인이 된 V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V가 그리스도를 믿기로 결단하자 지역 당국에서 일하는 그녀의 자녀들이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어머니를 신체적으로 공격했고 집에서 강제로 내쫓았습니다. V는 지금 다른 성도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순교자의 소리는 V가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조그만 밭을 구입할 자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하나님의 신실한 종, 당Dang 형제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당 형제는 예수님을 믿는 다른 형제자매를 섬기다 폭력배와 지역 당국자들에게 몇 차례 신체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당 형제는 다시 한번 구타당하고 휴대폰을 압수당했으며, 그의 오토바이는 파괴되었습니다. 순교자의 소리는 수리 비용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공산주의 군부대 출신 쉬옌Xuyen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쉬옌은 군인이었을 때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혜택과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쉬옌과 그의 가족이 그리스도를 영접하자 모든 혜택과 보조금이 끊어졌을 뿐 아니라, 쉬옌은 땅도 몰수당하고 신체적인 공격도 당했습니다. 순교자의 소리는 쉬옌과 그의 가족을 위해 땅을 구입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키우Kieu 형제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키우 형제가 기독교인이 된 후, 마을 주민들이 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 집을 허물어트렸습니다. 키우 형제는 근처에 임시 거처를 세웠는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순교자의 소리는 수리와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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