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테슬라 배터리 싹쓸이 수주...예정된 결과인가 위기인가

2021-12-26     김예슬 기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내년 테슬라의 배터리 물량을 전량 수주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의 모델S 전기차. /테슬라

26일 국내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맹주 격인 미국 테슬라가 발주한 내년 배터리 물량 55GWh를 중국 CATL과 BYD가 전량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테슬라의 전기차 1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점유율이 대폭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리튬·인산·철(LFT) 배터리는 주행거리에서 약점을 가져 중국 내수시장에서나 통하는 저가형 제품으로 치부됐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과 유럽의 하이엔드 전기차 모델을 조준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생산의 초점을 맞춰왔다.

아울러 수명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빅3 조선업체가 저부가 선박 시장을 중국에게 내주고 고부가 LNG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내실을 챙기고 있듯 배터리 3사 역시 공급물량에서는 중국에 밀리더라도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 또한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할 보급형 모델에 탑재하고자 CATL과 BYD의 배터리를 선택한 것이라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지배적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 중국 업체의 싹쓸이 수주를 바라보는 마음은 달갑지 않다. LFT 배터리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의 관계자는 "공급량이 늘면 기술력과 성능도 개선되기 마련"이라며 "이때는 더 많은 완성차 메이커들이 초기 전기차 모델이나 저가형 모델에 LFT 배터리를 채택할 수 있어 중국의 배터리 굴기가 힘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배터리 3사는 섣부른 LFT 대세론 부각이나 국내업체가 틀렸다는 식의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항변한다.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완성차 메이커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선택하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도 "중국 정부가 자국 회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과 세금감면을 지원하고 완성차 업계의 현 행보는 당연한 귀결"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 중국시장에 연연하기보다 일찌감치 미국·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초격차 기술을 제시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지금도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곳은 SK온이 유일하지만 3사 모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개발할 능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 이외의 국가로 LFP 배터리의 도입이 확산될 경우 전략을 수정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