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준석 '공갈 젖꼭지' 물려야 하나
공자는 논어(論語)의 자로 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세계를, 밖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실은 화목하지 못하는 소인의 세계와 대비시켜 군자의 철학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이라고 공자는 주장했다.
대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할 것 없이 메머드급 선대위를 꾸리고 대선승리를 위해 난리도 아니다. 오직 승리해야 자신들의 통치철학을 관통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가장 치열한 총포성 없는 전쟁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온갖 잡음이 터져 나와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철저히 후보 편을 들고 있다.
송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이 후보의 비판도 정치적 전략으로 받아들이며 따라주고, 이에 호흡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은 말 그대로 오와 열을 맞춘 최정예 종대를 연출시켜 이 후보의 뜻을 일사분란하게 관철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준석 대표의 삐침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어려서 그렇다는 말을 듣긴 싫겠지만, 어쩔 수 없이 송 대표와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다. 송 대표도 이 후보가 다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이 대표를 맞출 뿐이다. 그런 면에 있어 송 대표의 모습은 철저히 이 후보의 복심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울산회동’이 끝난 지 18일 만에 또 다시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라는 ‘자충수’로 ‘윤석열호’라는 항모전단을 뒤흔들고 있다. 이 대표는 울산회동 당시에도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 인선,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윤 후보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는 이 후보가 아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이 대표는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으로 온갖 나약함을 드러내며 선대위 모든 직을 내던지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정녕 거대 야당을 대표하는 당 대표로서 할 짓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정의가 아닌 불의로 문드러질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이 대표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도 모자란다. ‘대연정(大聯政)’을 해야 할 필요성 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이 대표 한사람의 말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뒷골방에서 온갖 수줍음으로 ‘윤핵관’만 외치는 모습은 떼를 쓰는 어린아이 보다 못하다. 오히려 페미니스트인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강단이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그는 페미니스트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번 쓰이고 버러져도,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을 택했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어찌됐던 전투력 하나는 대단하다. 반면 이 대표의 전투력은 적진 방향이 아닌 내부로 향하고 있다.
옛 말에 ‘잘 익은 이삭은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18일 전 울산까지 찾아가 먼저 손을 내민 윤 후보의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말기를 바란다. 역사는 언제나 심판이 뒤를 따른다. 2022년 대선은 정권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존재하느냐 마냐의 갈림길이다.
‘동이불화’하는 이 대표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문제를 좀 더 넓게 보고, 앞으로 닥칠 성난 민심의 파도를 살펴 ‘화이부동’하길 바란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고, 이 대표의 노력 또한 기억되는 길이다. 부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대선에 임하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임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