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몰랐다”는 李, 성남시장 시절 함께 찍은 사진 나왔다

국민의힘, 이재명·김문기 관계 사진자료 공개…특검 강조 이기인 "리모델링 세미나 10박 11일 해외출장에도 동반"

2021-12-23     한대의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맨 오른쪽)와 성남도공 김문기 처장(뒤편 왼쪽), 유동규 본부장(가운데)이 2015년 함께 찍은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 후보는 어디까지 국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이 후보는 최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일명 ‘대장동 패밀리’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엔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이 후보의 과거 김 처장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자료들을 공개하며 특검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김 처장을 토론자로 초청한 세미나에서 함께 찍힌 사진, 9박 11일 호주 출장 때 함께 찍은 사진 등을 근거로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이날 이 후보와 김 처장이 호주에서 함께 찍은 두 장의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한 장은 해외 도시전경을 배경으로 골프웨어 브랜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이 후보가 유동규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그리고 김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또 다른 사진은 이 후보와 김 처장을 포함한 출장자 11명 모두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두 사람이 함께 포착된 사진은 2015년 1월 6일~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모습이다. 성남도공에 따르면, 이 출장 목적은 ‘판교트램 설치 관련 시장님과 선진사례 조사’였다. 성남도공에서는 김 처장과 유 본부장 단둘만 포함됐다. 이 출장 종료 17일 만인 2015년 2월 2일 이 후보는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보고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승인 검토 보고서를 결재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 김 처장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질문에 "한때 지휘하던 부하 직원 중 한 명이고 수사 과정에서 그게 연원이 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위로 말씀 외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성남시장 시절 김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요, 하위 직원이었으니까… 아마 팀장이었을 것"이라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제가 도지사가 된 후 개발이익 5500억 원을 확보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기소돼 재판 과정에서 저는 지침만 줘 세부내용을 전혀 모르니까 이를 파악할 때 주로 알려줬던 사람이 당시 이 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처장에 대해 "재판받을 때 이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고…"라고 하며, 김 처장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부연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즉각 반발하며 거짓말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대변인은 같은날 "대장동 측근들의 잇단 죽음.. 거짓을 말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논평을 내고 △첫째, 통상 모르는 사람과 10박11일 외박을 같이 가는 경우는 없다는 것 △둘째, 세미나에 김 전 처장을 초대한 것은 이재명 후보 본인이라는 것 △셋째, 첫째·둘째 의혹을 밝히고자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오늘 이재명 후보가 한 방송에 출연해, 故 김문기 성남 도개공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알게 된 것은 도지사 후 재판을 받을 때’라고 밝혔다"고 운을 뗀 뒤 "후보님. 사진으로 기억을 도와드리고자 한다"고 2장의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어 "누구인지 묻지도 알려 하지도 않는 채, 9박 11일을 함께 다니는 해외 출장은 없다"면서 "고인은 이 후보가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는 대장동 화천대유 선정을 직접 도맡은, 시장님 명에 충실했던 평범한 가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리하면 힘없는 부하는 모른 척하는 리더를, 최후의 순간까지 번민 했을 망자를 외면하는 지도자를, 과연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을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특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이 후보가 김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시절 때는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범여권 인사들도 이 후보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김정화 전 민생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처장의 사망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주어’를 뺀 문장들로 ‘안되겠다’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김 전 대표는 1번부터 숫자를 열거하면서 ‘추잡해서 안되겠다’, ‘비열해서 안되겠다’, ‘뻔뻔해서 안되겠다’, ‘교활해서 안되겠다’, ‘잔혹해서 안되겠다’, ‘치떨려서 안되겠다’, ‘악독해서 안되겠다’, ‘포악해서 안되겠다’, ‘악랄해서 안되겠다’, ‘간악해서 안되겠다’, ‘미심쩍어 안되겠다’, ‘석연찮아 안되겠다’, ‘꺼림칙해 안되겠다’, ‘섬뜩해서 안되겠다’, ‘부끄러워 안되겠다’, ‘창피해서 안되겠다’, ‘무서워서 안되겠다’고 썼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도저히 ‘그분’은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인성과 대선후보 자격을 저격한 글로 해석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김 처장이 숨진 것과 관련, "대장동 사업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증인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상사가 이어지는 데도,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는 이재명 후보는 법적 검증을 회피하고 있가"고 혹평했다. 이어 "이 사태에 대해 이 후보의 책임이 없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장동 의혹 수사가 무력화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특검을 결단하라.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